정부는 23일 연금개혁과 관련해 "공무원연금에 모든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며 "군인연금과 사학연금 개편을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전일 발표한 '2015년 경제정책 방향'에서 내년 6월과 10월 사학연금과 군인연금 개혁안을 차례로 내놓겠다고 한 방침에서 하루 만에 말을 바꾼 것으로 논란이 예상된다.
정은보 기획재정부 차관보는 이날 기자실을 방문해 "2015년 경제정책 방향 참고자료에 군인·사학연금 개혁안 마련 일정 시안이 포함돼 있으나 이는 정부에서 결정된 입장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정 차관보는 "관계부처 간 협의과정에서의 충분한 논의도 없이 군인·사학연금 부분이 포함됐다"면서 "군인연금은 직역의 특수성이 크고 사학연금의 경우 기금 재정상 현재는 큰 문제가 없다"고 해명했다.
이 같은 정부의 입장변화는 여당의 강력한 반발에 따른 것이어서 앞으로 공무원연금 및 4대 부문 구조개혁이 순탄치 않을 것임을 시사한다. 새누리당 공무원연금제도개혁태스크포스(TF) 소속 김현숙 의원은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당은 정부의 경제정책 방향에 대해 충분히 상의했지만 사학연금이나 군인연금 얘기는 사전협의 내용에 전혀 없었다"고 강하게 불만을 토로했다.
하지만 직역연금 개혁은 올해 초 '경제혁신3개년계획'에 포함된 과제인데다 지난 22일 나온 경제정책 방향에서 개혁안 발표시기가 명시돼 있다. 앞서 이찬우 기재부 경제정책국장은 배경 브리핑에서 "공적연금 개혁은 경제혁신3개년계획에 반영돼 오는 2015년까지 마무리를 짓는다고 돼 있다"며 "군인과 사학연금도 공무원연금에 준하는 방식으로 개혁해 내년까지 발표한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루 만에 뒤바뀐 정부의 인식과 달리 현실은 매우 급박하다. 군인연금의 경우 1973년에 이미 기금이 고갈돼 41년째 세금으로 부족분을 메우고 있다. 지난해 군인연금 지급액 2조7,177억원 가운데 국고 지원액은 전체의 절반이 넘는 1조3,691억원에 달한다. 사학연금의 경우 현재까지는 흑자지만 2023년부터 적자로 전환될 것으로 전망된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정치권의 반발을 못 이겨 하루 만에 방향을 급선회해 4대 구조개혁의 추동력을 약화시키는 도화선이 될 것으로 우려했다. 박진 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는 "직역연금 같은 공공개혁에 실패하면 구조개혁의 핵심축 가운데 하나인 노동개혁마저 뒤로 밀릴 수밖에 없다"며 "개혁에서 빗겨나가는 영역이 반복적으로 발생하면 정부가 전체 국민을 설득하기가 점차 어려워진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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