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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에서 자본주의 도구로] 전 KGB요원 미국서 인기

【뉴욕=김인영 특파원】한때 공산주의의 보루였던 구 소련의 KGB 요원들이 그들의 적이었던 미국 기업을 위해 자본주의 첨병으로 활동하고 있다. 소련이 해체되고 일자리를 잃은 많은 전직 KGB 요원들이 과거의 적개심을 말끔히 잊어버리고 이데올로기보다는 먹고 사는 문제에 매달리고 있는 것이다.7일자 뉴욕 타임스지는 『냉전시대의 적들이 자본주의의 도구로 조인하고 있다』며 미국의 중앙정보국(CIA)과 구 소련의 KGB에서 일했던 고급 스파이들이 힘을 합쳐 미국 기업들을 위해 일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 산업보안협회(ASIS)에 따르면 협회 모스크바 지부에 전직 KGB 요원 35명이 미국 기업을 위해 활동하고 있다. 구 소련 정부는 머리가 좋고 무술이 뛰어난 사람을 KGB 요원으로 발탁해서 썼기 때문에 미국 기업들로서는 현지 활동에 이들이 적임자라는 것. 이들은 과거 막후 접촉 과정에서 알았던 전직 CIA 요원들의 알선으로 미국 기업과 손을 잡고 있다. 우크라이나, 카자흐스탄, 러시아 등의 지방에는 치안이 불안하므로 납치, 사기, 강도를 당하기 쉽고 현지 정보가 불투명하다. 소련의 과거 스파이들은 현지 정보를 빼주거나 경호를 함으로써 미국 기업인들이 이런 지역에서 사업을 원활하게 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현재 러시아에는 KGB에서 일자리를 잃은 요원들이 많아 일당 50달러만 주면 4개 언어를 능수능란하게 구사하고, 총을 잘 쏘는 전직 요원을 쓸 수 있다. 미국도 냉전 종식후 CIA를 축소함에 따라 전직 요원들이 KGB 요원들과 손잡고 기업 보안전문 회사를 차리는 경우가 많다. 프리데릭 러스트만씨는 CIA 동료 6명과 KGB 요원 1명으로 CTC 인터내셔널이라는 회사를 설립했다. 그는 『CIA와 KGB 요원들이 배경이 같고 심정적으로 잘 통하며, 비슷한 훈련 과정을 겪었다』며 『과거에는 적이었지만, 지금은 친구로 활동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들은 과거 직업을 전혀 얘기하지 않고, 다만 오늘의 사업에 관한 얘기만 한다고 관계자들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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