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서울대ㆍ고려대 병원은 환자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고대 안암병원을 찾은 최모씨는 “아이가 감기에 걸려 동네 의원을 찾아갔으나 오늘 휴진한다고 해서 30분 넘게 걸려 대학병원을 찾았다”며 “의료법 개정안의 내용은 잘 모르겠지만 환자는 생각하지 않고 수시로 휴진하는 의사들이나 정부는 도대체 뭘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고 울분을 토했다. #대한의사협회ㆍ대한한의사협회ㆍ대한치과의사협회 회장단은 이날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방검찰청을 전격 방문했다. 3개 단체 회장들은 유시민 보건복지부 장관이 잘못된 의료법 개정으로 불법 무면허 의료행위를 조장하고 있다며 직무유기 혐의로 고소장을 제출했다. 고소장을 접수시킨 회장단은 바로 과천 정부종합청사 앞으로 이동, 6만여명의 의료법 개정안 반대 궐기대회 참석자들을 대상으로 의료법 개정 전면중지를 요구하는 데 앞장섰다. #한편 이날 오전 과천 정부청사 후생동 대강당은 복지부가 초청한 연예인들로 북적였다. 시트콤 ‘거침없이 하이킥’으로 빅스타로 뜬 박해미씨가 암예방 홍보대사로 선정되고 가수 ‘이안’이 제1회 암예방의 날 축하공연까지 했다. 의료법 개정안 반대를 위해 의사들이 속속 모여드는 외부 광경을 아예 보고도 모른 척하는 것처럼…. 21일 하루는 국민들의 건강을 놓고 의사ㆍ한의사ㆍ치과의사는 물론 정부 관계자 모두 책임을 방기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서울을 비롯한 전국에서 동네 병의원들이 집단휴업을 하면서 환자들이 큰 불편을 겪었다. 아픈 몸을 이끌고 대학병원ㆍ종합병원을 찾아가 장시간 동안 대기해야 하는 등 고통스러운 하루를 보내야만 했다. 대학병원을 찾은 김모씨는 “의사나 정부 모두 환자와 국민에 대한 배려가 너무 없다”면서 “용서할 수 없는 짓들을 하고 있다”고 불만을 감추지 않았다. 그러나 앞으로 더 큰 문제는 그동안 잠자코 있던 약사회마저 의료법 개정에 대해 불만을 뒤늦게 표현하기 시작했고 의대생들마저 들썩인다는 점이다. 의료계의 한 관계자는 “자칫하면 분위기가 지난 2000년 의약분업 당시처럼 극단적인 분열양상을 보일 수 있다”고 우려했다. 여기에다 국회까지 한 수 거들고 있다. 열린우리당은 정부가 의료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하면서도 한번도 당정협의를 갖지 않은 데 불만이 높다. 한나라당은 정치인 ‘유시민’ 장관의 작품이라며 싫은 내색을 감추지 않고 있고 민주노동당은 대형병원들만 살찌울 수 있는 ‘의료산업화’ 가능성을 비판하고 있다.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의료법 개정안은 오는 25일 입법예고 기간을 마치고 4월 중 국회로 법안이 넘어갈 예정이나 의원들의 불편한 심기로 인해 순항할지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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