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최근 세계 각국에 디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소비자 물가 상승률이 8개월째 0%대를 기록하면서 디플레이션 시기에 들어선 것이 아니냐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습니다. 디플레이션이 오면 무엇이 어떻게 되길래 다들 걱정하는 것일까요. 자세한 내용 보도국 한지이 기자와 함께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안녕하세요.
[기자]
네, 안녕하세요.
[앵커]
디플레이션 하면 보통 자산가격과 물가가 지속적으로 하락하는 걸 의미하는데요, 정확한 뜻은 뭔가요?
[기자]
디플레이션, 경제사전에 나와있는 그대로 말씀드리면 통화량 감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한나라에서 쓰이는 돈의 양이 줄면서 화폐 가치는 오르고 물가는 하락하는 현상인데요. 디플레이션은 보통 물가가 급등하거나 자산 버블 등으로 나타나는 인플레이션을 막기 위해 쓰이는 정책인데요. 자칫 잘못하면 국가 경제가 장기 침체로 빠지는 심각한 문제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미국은 앞서 지난 2008년 9월 리먼브러더스 파산으로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하면서 세계 경제가 침체되자 돈을 찍어내는 양적완화와 제로금리 정책을 계속 유지해 왔었죠. 그런데 통화량 팽창에 따른 버블 붕괴를 막기 위해 미국은 기준금리를 올리려 하고 있습니다. 미국 금리인상으로 신흥국 등의 경제침체가 심화하고 외환위기를 겪게 되는 충격이 더해지면 가뜩이나 저성장과 저물가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글로벌 경제가 ‘D의 공포’, 즉 디플레이션에 빠지게 될 것이란 걱정이 큰 상황입니다.
[앵커]
디플레이션이 인플레이션보다 훨씬 무섭다면서요? 디플레를 경험했던 일본은 어땠나요?
[기자]
일본의 ‘잃어버린 20년’ 다들 들어보셨을텐데요. 일본은 지난 1980년대 경기활황을 지속하기 위해서 통화팽창 정책을 시행했습니다.
통화량을 대폭 늘린 결과, 주식과 주택 등 자산시장에 잔뜩 거품이 끼었다가 터져 버렸습니다. 주식은 폭락하고 부동산가격은 반토막 이상 난 것이죠. 또 가계부채 부담, 급속한 고령화 현상이 나타났습니다. 물가 하락으로 서민들이 즐겨먹는 소고기 덮밥인 규동가격은 600엔에서 200엔, 약 2,000원대까지 떨어졌습니다.
물가가 떨어지면 상품과 서비스 가격이 싸져 좋은 거 아닌가 의문이 들것입니다. 그러나 그렇게 가격이 싸지면 기업들이 힘들어지고 망하게 되겠죠. 결국 내수가 가라앉고 기업의 매출이 줄면서 구조조정에 들어갔고, 2006년을 기점으로는 절반이상의 인구가 비정규직, 임시직으로 일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현재 일본 아베총리는 ‘아베노믹스’ 경제정책으로 공격적인 통화확대 정책을 펼치면서 디플레이션에서 벗어나기 위해 애쓰고 있습니다. 하지만 최근에 발표된 일본의 2분기 경제성장률이 마이너스 0.4%를 기록했고요. 정부투자만 조금 늘고, 개인소비나 민간투자는 줄어든 상태입니다.
[앵커]
최근 한국경제도 20년 정도 시차를 두고 일본을 거의 그대로 닮아가고 있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죠?
[기자]
우리나라는 여러가지 측면에서 일본과 닮은 점이 많습니다. 특히 고령화 저출산, 저성장 저물가가 일본의 장기 침체와 거의 닮아있는 결과물들이라고 볼 수 있는데요.
한국개발연구원은 2011년부터 올해까지 한국 경제의 잠재성장률은 3.1%, 향후 10년후인 2026년부터 2030년에는 1.8%로 전망했습니다. 우리나라 1인당 소득은 20년 전 일본과 유사한 3만 달러 내외까지 증가했지만, 일본과 마찬가지로 성장률은 급속히 하락하는 추세라고 분석했습니다.
각종 경제지표의 부진이 이어지면서 한국에 디플레이션이 덮칠 것이라는 우려도 커지고 있습니다. 올 8월에는 수출액이 월별 기준 6년만에 최대 폭으로 떨어졌습니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평균 취업유발계수도 2010년 13.9명에서 2013년 13.1명으로 줄면서 하락세를 걷고 있고요. 소비자물가 상승률 또한 9달째 0%대에 머물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3%대 경제 성장률 달성에도 비상이 걸린 상황입니다.
[앵커]
디플레이션이 오면 개인들은 자산관리를 어떻게 하는게 유리할까요?
[기자]
디플레이션이 본격화할지는 아직은 모릅니다. 저물가 상태가 지속되고 있고, 경제위축이 가시화되고 있는 것은 분명한데요, 그러나 세계경제나 한국경제가 디플레이션의 늪에 빠질지는 속단하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만약 디플레이션이 현실화하면 물가가 계속 하락하기 때문에 갖고 있는 자산은 하루라도 빨리 팔고, 뭐가 됐든 나중에 사는 것이 유리합니다. 집값하락으로 담보 능력이 없어지면 대출을 해줬던 금융기관에서는 상환압박이 들어올 것이고, 결국 예금 적금까지 깨야하는 상황이 올텐데요. 모두에게 최악의 상황이 오는 겁니다.
따라서 실물자산보다는 현금을 보유하고 있는 것이 좋습니다. 부동산보다는 금융자산을 가져야 하고, 노후 준비도 투자자산보다는 연금에 기대는 것이 현명한 선택이 될 것입니다.
[앵커]
지금까지 보도국 한지이기자와 이야기 나눠봤습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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