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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계발의 겉과 속
입력2003-10-17 00:00:00
수정
2003.10.17 00:00:00
흔히 `경영학의 구루`라고 불리우는 수퍼스타, 스티븐 코비가 한국을 다녀갔다. 그는 체육관과 호텔을 빌려 최고경영자와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한바탕 쇼를 할 예정이다. 경영학이 일종의 포스트모던한 문화적 이벤트로 둔갑하였다는 것은 새삼스런 일이 아니다. 신입사원연수를 통해 협동심과 단결심, 애사심을 기른다는 것은 산업자본주의 시대에나 어울리는 옛 노래가 된지 오래이다.
스티븐 코비는 톰 피터스나 피터 드러커같은 국제적인 스타들과 더불어 세계 전역을 순회하며 새로운 경영의 복음을 전도하고 있다.
지난 10년간 한국에서 가장 많이 팔린 책 가운데 하나에 꼽히는 `성공하는 사람들의 7가지 습관`은 포스트모던 자본주의의 교본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제 기업은 교체가능한 부품처럼 표준화되고 단순화된 노동능력을 요구하지 않는다. 기업이 필요로 하는 것은 급변하는 환경과 위험에 대처하고, 특수한 직무에 얽매이지 않은 채 자신을 변신시킬 수 있는 무한한 잠재력이라는 것은 상식이 아니던가.
따라서 특정한 일의 능력이 아니라 개성적인 노동자야말로 새로운 자본주의의 이상적 일꾼이다. 그것은 자본주의 안에서 일과 노동자의 관계가 근본적으로 변화하고 있음을 알려준다. 천직 혹은 소명으로서의 일의 세계가 저물고 있기 때문이다. 청교도적 노동 윤리를 대신하여 그 자리에 대신 들어선 것은 자기계발이라는 윤리이다.
자기계발은 이제 책은 물론 비디오, 텔레비전 프로그램, 워크숍과 같은 이벤트 등을 통해 시장에서 구매할 수 있다. 자기계발은 전통과 권위, 통념에 얽매이지 않은 자율적인 인간을 찬미한다. 아버지의 이름에 종속된 주체는 이제 자신을 브랜드화하는 주체로 바뀌었다.
사회가 마련해준 당신의 지위와 동일시하라던 과거의 명령은 이제 새로운 명령으로 대체되고 있다. 그런데 자기계발이 무엇이든 자신을 변화시킬 수 있도록 하는 자유의 에토스이기만 한 것일까. 창의적이고 개성적인 것이 일종의 명령으로 둔갑하는 순간 그것은 형식적인 권위보다 더 가혹하고 엄중한 것이 된다. 자유로와져라. 그것이야말로 우리 시대의 가장 잔인한 폭력 아닐까.
<서동진(문화평론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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