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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10년차인 직장인 신재민(가명)씨는 연초부터 싱글벙글이다. 한참 근무 중인 시간에 아내가 전화를 걸어왔다. 임신소식이었다. 결혼 초 몇 년간의 허니문모드를 끝내고 아이를 가지려 했지만 번번이 실패했던 터였다. 그는 당장 아이를 위한 금융상품부터 알아봤다. 주변에서는 아이가 건강하게 이 세상과 조우한 후에 생각해도 늦지 않다고 말했지만 그는 참을 수 없었다. 장기 저금리 기조에서 유리한 재테크 전략은 무엇일까. 자산규모에 따라 달라진다. 자산가라면 절세를 꼽는다. 시중은행 PB(프라이빗뱅커)들이 온갖 수단을 동원해 고객들의 절세전략에 매달리는 이유다. 자산이 많지 않은 일반인들에겐 아무래도 복리의 마법을 누릴 수 있는 장기투자가 으뜸이다. 당연한 이야기이겠지만 장기투자는 하루라도 빨리 시작하는 게 유리하다. 그런 면에서 세 살 버릇이 중요하다. 가능성 측면에서 볼 때 어릴 때부터 절약과 장기투자 습성을 몸에 익힌 아이들은 재테크 경쟁에서 늘 앞서 있을 수밖에 없다. 세 살 재테크가 평생 간다는 얘기다.
◇좋은 습관 유도하는 어린이펀드=어린이용 금융상품으로 첫손에 꼽히는 게 펀드다.
금융정보업체인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현재 국내에 출시돼 있는 어린이펀드(설정액 10억원 이상)는 총 56개다. 긴 호흡으로 투자하는 어린이펀드답게 저평가 가치주 위주로 포트폴리오가 꾸려져 있다.
상품명에 어린이가 들어간다고 해서 어린이만 가입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어린이에게 정기적인 용돈을 주면서 저축습관을 길러주는 사례도 있지만 부모가 결혼이나 유학자금을 미리 마련하기 위해 부모님들이 대신 가입하는 경우가 많다.
수익률은 상품별로 편차가 크다. '한국밸류10년투자어린이증권투자신탁'의 경우 지난 1년 평균수익률이 약 16%로 시중은행 정기금리보다 5배 이상 높지만 '삼성착한아이예쁜아이1'은 같은 기간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다. 단 장기투자에 최적화된 상품답게 최종 수익률은 예금이나 적금에 비해 낫다.
어린이펀드의 또 다른 매력은 다양한 부가서비스다. 주말 경제교실이나 방학캠프를 개최하는 펀드도 있고 무료로 어린이상해보험에 가입해주는 것도 있다. 어린이용으로 쉽게 풀어쓴 운용보고서를 제공하는 상품도 있다. 사실 어린이펀드의 수수료는 일반 주식형펀드에 비해 높은데 바로 부가서비스 비용이 반영돼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상품을 고를 때 설정액이 최소 50억원 이상은 되는 펀드에 관심을 기울이라고 조언한다. 규모가 작은 펀드의 경우 전담운용인력을 따로 두기가 어려워서 수익률 관리가 상대적으로 어렵기 때문이다.
◇재테크의 교과서, 예·적금=원금손실이 싫다면 어린이예금과 적금을 활용하면 된다. 대다수 시중은행은 어린이예금 하나쯤은 다들 갖추고 있다.
은행별로 보면 국민은행이 판매하고 있는 'KB주니어Star통장·적금·체크카드' 시리즈는 어린이용 금융상품의 스테디셀러로 통한다. 우리은행의 '우리토마스통장·적금·예금'과 SC은행의 '자녀사랑통장'도 아이들의 저축습관을 길러주는 데 유용한 상품이다.
이들 은행은 어린이통장 겉표지에 '뽀로로'나 '토마스' 같은 인기캐릭터를 담아 어린이 고객들의 눈높이에 상품의 특징을 맞췄다. 또 어린이 상해보험에 무료로 가입해주기도 하고 학교입학 등과 같은 이벤트에는 가산금리도 제공하는 등 부가서비스도 다양하다.
◇상해 보장해주는 어린이보험 하나쯤은 반드시 가입해야=성장기간 동안 발생할 수 있는 다양한 위험을 보장하기 위한 어린이보험도 놓치면 안 된다.
첫손에 꼽히는 게 태아보험이다. 태아보험은 선천적인 질병과 출산 시 발생할 수 있는 위험 등을 보장받을 수 있다. 자녀가 독립할 때까지 종합보장을 받게 하려면 최소한 25세 이후까지 보장기간을 최대한 길게 할 필요가 있다. 일부 태아보험은 만기가 최대 100세까지인 경우도 있다.
어린이보험에 가입할 때는 보장범위를 반드시 체크해야 한다. 사망이나 재해보다는 질병, 암, 각종 사고 등을 폭넓게 포장하는 상품이 좋다. 어린이는 질병이나 사고 등으로 수술을 받거나 병원에 입원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또 어린이는 어른들에 비해 질병 치레가 잦다. 실제 입원보장금액이나 질병의 보장범위가 넓은 상품이 유망한 이유다.
만기환급형과 순수보장형 상품 중에서 고민하고 있다면 상품별 장단점을 파악해야 한다. 만기환급형은 만기 때 적립보험료의 일부를 돌려받을 수 있지만 보험료가 비싸다는 게 단점이다.
특히 최근 들어 어린이보험의 만기가 길어지고 적용이율은 그다지 높지 않은 추세여서 낮은 보험료로 폭넓은 보장을 받을 수 있는 순수보장형이 나을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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