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부터 해외주식에 투자하는 펀드에 1,000만원을 투자해 10%의 수익을 올리면 올해보다 약 13만원의 절세 효과를 볼 수 있게 된다.
서울경제신문이 25일 기획재정부의 하반기 경제정책 방향 지침에 따라 1,000만원을 해외주식형펀드(환헤지 상품, 연보수 1.730%)에 투자해 1년간 10%의 수익을 올리는 경우를 가정해보니 12만7,358원의 절세 효과를 얻을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투자금의 약 1.27%에 해당하는 금액으로 요즘 1년짜리 은행 정기예금의 이자수익과 비슷한 수준이다.
정부는 이날 해외주식의 매매·평가차익은 물론 환차익까지 비과세하는 '해외주식투자전용 펀드'를 한시적으로 도입한다고 밝혔다. 금융투자업계가 보험·은행과 금융투자업계 간 조세 형평성을 맞춰야 한다며 줄기차게 요구해온 '숙원사업'이 마침내 해결된 것이다. 특히 과세 대상에서 매매차익이 제외되면 해외주식형펀드에서 벌어들인 배당소득만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이 되기 때문에 연 금융소득이 2,000만원이 넘는 고액자산가의 투자 동기도 커질 것으로 보인다.
업계의 반응은 뜨겁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국내 펀드는 배당을 제외한 주식매매차익에 대해 비과세혜택을 주고 해외 펀드는 매매차익과 배당에 대해 모두 배당소득세를 부과하는 기형적인 구조가 형성돼 있었다"며 "15.4%(1.4%는 지방소득세)의 배당소득세가 비과세되면 절세 매력이 높아져 투자자들이 해외펀드 투자에 큰 관심을 가질 것"이라고 반겼다.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가 도입되는 점도 긍정적이다. 은행 상품의 금리가 사상 최저 수준으로 낮아진 상황에서 상대적으로 높은 수익을 노릴 수 있는 금융투자상품의 수요가 클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ISA는 연간 납입 가능한 범위에서 다양한 금융상품을 한 계좌에 편입해 비과세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한 제도다. 실제 ISA제도를 도입한 국가들에서 이 같은 현상이 나타났다. 자본시장연구원에 따르면 지난 1999년 ISA제도를 도입한 영국의 경우 ISA 투자자산 중 펀드 및 투자신탁 규모는 2006년 13.8%(564억파운드)에서 2013년 22.5%(1490억파운드)로 크게 늘었다.
수익이 발생한 펀드를 환매할 때만 과세하기로 한 점도 투자자들을 자극할 수 있는 요소다. 그동안은 매년 펀드투자 이익에 대해 과세했기 때문에 최종적으로 손실을 봤어도 세금을 내야 해 원금을 까먹는 사례가 있었다. 예를 들어 3년간 펀드에 투자했을 때 첫 2년간은 이익이 났지만 3년째에 그동안의 이익을 넘어서는 손실을 입은 경우에도 과거 2년 동안은 세금을 내야 했다.
하지만 시장 일각에서는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우선 검증되지 않은 펀드가 난립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해외주식펀드 비과세 혜택이 한시적으로 적용되는 데다 새로 설정되는 펀드에만 국한되기 때문이다. 실제 정부가 2007년 6월부터 2009년 말까지 해외펀드에 비과세 혜택(환차익은 과세)을 부여하자 자금이 단기간에 대거 펀드로 몰렸었다. 한 펀드매니저가 같은 전략을 활용하는 복수의 상품들이 우후죽순 생겨나 투자자의 혼란을 부추길 가능성도 있다. 기존 소득공제장기펀드나 근로자재산형성저축 펀드 등 세제혜택 상품들도 같은 문제를 겪었다. 현재 시중에는 860여개의 해외주식형 펀드가 판매되고 있다.
송홍선 자본시장연구원 펀드·연금실장은 "운용사들이 비과세 전용 해외펀드를 앞다퉈 새로 만들 가능성이 높다"며 "투자자들은 지나치게 많은 상품들로 투자 결정에 혼란을 겪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앞으로 발표될 세부사항에도 관심이 쏠린다. 펀드 투자자가 비과세 혜택을 받으려면 몇 년간 가입을 유지해야 하는지, ISA 가입 대상과 연간 한도는 어떻게 되는지 등이 그것이다. 비과세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가입 기간, 적용 대상에 따라 시장에 끼치는 영향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영국은 ISA 대상을 국민 전체로 삼고 있으며 납입한도는 연간 약 2,400만원 수준이다.
금투협의 한 관계자는 "서민 재산 형성을 위한 정부 정책은 분명 금융투자업계가 환영할 만한 일"이라면서도 "절세혜택을 더 많은 사람들이 누릴 수 있는 가입 대상자 기준, 연간 납입 한도 등 구체적인 규정들을 마련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