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경영 '감수성·상상력·실험정신'서 나온다" ■ 이건희 회장의 새 화두 '창조 경영'상황적응 아닌 "새 경영시스템구축·시장개척" 국내 CEO 70% "우리회사 창조경영 70점대" 김현수 기자 hskim@sed.co.kr 관련기사 [이건희 '창조경영'] 초일류 기업은 창조력 '내가 보는 창조경영' 김영애 참토원 부회장 문화도 창출해내는 창조경영 “마누라ㆍ자식 빼고 다 바꾸라(신(新)경영 선언, 1993년)”며 새로운 경영철학을 제시했던 이건희 삼성 회장이 최근 ‘창조경영’이라는 새로운 화두를 던졌다. 우리 사회에서 이 회장이 차지하는 위상과 영향력은 새삼 설명할 필요도 없다. 윤종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10여년 전 이 회장이 했던 말씀을 꼼꼼히 수첩에 메모해두었는데 10년 후 다시 꺼내 살펴보니 지금의 모습을 정확하게 예측하고 있어 놀랐다”고 할 정도로 이 회장의 시대를 통찰하는 탁견은 숱한 검증을 끝냈다. 그렇다면 이즈음 그가 우리 기업과 사회에 설파하려는 창조경영이란 과연 무엇인가. 와인잔 모습을 디자인으로 채택해 대히트한 삼성전자의 보르도TV. 그동안 TV시장에서 우승 후보군으로만 분류됐을 뿐 세계적인 히트작이 없었던 삼성전자는 이 제품 하나로 명품 가전업체의 반열에 올라설 수 있었다. 예전에는 좋은 품질, 값싼 물건만 만들면 1등이 됐지만 부품 및 기술 평준화가 급속히 진행되고 있는 21세기에는 품질이나 가격 메리트만으로 시장을 주도하기는 힘겹다. 가격과 품질은 시장에 참여할 수 있는 필수조건에 불과할 뿐 시장을 주도하기 위해서는 디자인ㆍ마케팅ㆍR&D 등이 복합적으로 어우러진 충분조건을 구축해야 한다. 삼성을 TV 명품 메이커로 끌어올린 보르도TV의 성공은 바로 ‘21세기 시장’이 요구하는 충분조건을 만들어낸 결과다. 그렇다면 아직은 생소한 창조경영에 대해 국내 최고경영자(CEO)들은 어떻게 생각할까. 서울경제가 국내 80개 기업 CEO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10명 중 7명(72.4%)은 자사의 창조경영 점수를 70점대로 평가했다. 90점 이상 후한 점수를 준 CEO들도 12%나 있었지만 50~70점대로 겨우 낙제를 면한 수준이라는 답도 10.4%에 달했다. 이 같은 설문 결과는 쉽게 말해 ‘주어진 상황에 적응하며 살아가거나 겨우 적응하는 수준일 뿐 새롭게 상황을 구축해내지 못한다’는 자백이기도 하다. 때마침 최근 방한한 경영전략의 대가 마이클 포터 하버드대 교수는 “한국 기업은 이제 창조적인 전략을 수립해야 할 때”라며 “최고가 되기 위한 경쟁이 아니라 독창성을 요구하는 경쟁의 본질을 파악하는 CEO의 강한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CEO들은 또 창조경영을 ‘새로운 제품이나 기술보다 새로운 경영 시스템(42.4%)’과 ‘시장개척(30.3%)’이라고 이해하고 있다는 점이 이번 설문을 통해 확인됐다. 이들은 특히 새로운 경영 시스템 구축에는 CEO 자신들의 강한 리더십이 필수요소라는 점을 강조했다. 창조의 추진력을 만들어내고 이를 관철시키기 위해서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하며 이를 책임있게 주도적으로 밀고 나가기 위해서는 CEO의 역할이 보다 더 강조돼야 한다는 자각이다. 강신장 삼성경제연구소 지식경영실 상무는 이에 대해 “이 회장이 주창하는 창조경영은 감ㆍ상ㆍ실(감수성ㆍ상상력ㆍ실험정신)의 산물이기도 하다”며 “업(業)ㆍ줄ㆍ네트워킹ㆍ솔루션ㆍ융복합화 등의 비즈니스 필터를 통해 상상력을 발휘한다면 창조경영이 멀리 있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입력시간 : 2006/11/06 1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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