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가가 올 저점 대비 두배 이상 오르자 정부가 '유가 100달러 시대'에 대비한 전략을 전면적으로 다시 꾸리기 시작했다. 정부가 4일 내놓은 대책은 에너지 수요 관리가 철저한 일본식 모델을 빌린 흔적이 역력하다. 지난 1970년대 오일쇼크 이후 에너지정책을 수요 관리로 전환한 일본은 1997년부터 2007년까지 에너지 소비 증가율이 0.05%에 불과하다. 반면 같은 기간 한국은 2.73%다. 일본이 한국과 산업구조가 대체로 비슷하다는 점을 감안할 때 우리나라 에너지 수요 관리의 한계가 확연히 드러난다. 때문에 이번 대책의 핵심도 에너지 가격의 현실화, 세금 등을 통한 각종 인센티브제 도입, 강제적 방식의 자동차연비 효율 등 에너지 수요 관리에 맞췄다. 안정적인 에너지 공급에 초점을 뒀던 에너지 정책의 방향도 철저한 '수요 관리'로 바뀐 것이다. ◇전기요금, "연료비 연동제 도입"=전기요금 등의 현실화를 위해 정부는 뜨거운 감자였던 '연료비 연동제' 카드를 꺼냈다. 전기요금을 연료비에 연동해 고유가 등 상황변화에 융통성 있게 대응하겠다는 것. 이달 중 전기요금체계 개선계획을 마련해 구체화할 예정이다. 현재 전기요금 인상이 물가 등을 고려해 억제돼왔다는 점을 감안하면 원료비 연동제를 도입할 경우 전기요금 인상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도시가스 역시 가격을 현실화할 예정이다. 연료비 연동제가 도입돼 있지만 물가상승에 대한 우려로 지난해부터 시행이 연기되고 있는 도시가스는 원료비 인상을 반영해 적정원가 수준으로 가격을 인상하기로 했다. 김영학 지식경제부 2차관은 "언제부터, 어떻게 시행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조만간 구체적으로 발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에너지 저효율 전기제품에 소비세 부과=에너지의 효율이 떨어지는 전기제품에 대해서는 조세부담을 둬서라도 사용을 억제하는 방안도 마련한다. 우선 에너지를 많이 소비하는 제품이나 저효율 제품에 대해서는 소비세를 지금보다 많이 매긴다는 계획이다. 현재 대부분의 전자제품에 개별소비세가 부과되지 않고 있지만 에너지효율이 떨어지는 제품에 대해서는 별도의 '소비세'를 부과하겠다는 것이다. 소비세 부과로 늘어난 재원은 에너지 고효율 제품의 구매촉진을 지원하기로 했다. 구체적인 과세품목과 수준, 고효율 제품 품목 등은 오는 9월 정기국회 이전까지 결정할 예정이다. 일본의 경우 2010년 3월 말까지 에너지 절약 라벨링 상위 2개 등급의 TVㆍ에어컨ㆍ냉장고를 구매할 경우 구매액의 5~10%를 에코포인트로 적립하는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정부는 또 산업계의 에너지 절약 확산을 위해 올 12월 만료되는 에너지 절약시설에 대한 투자세액공제기간을 2년 연장하고 투자세액공제 대상에 LED 등을 포함시키기로 했다. ◇자동차 연비 선진국 수준으로 강화=자동차 연비규제를 대폭 강화하는 방안도 마련한다. 2015년부터는 선진국 수준 이상의 규제를 도입하겠다는 게 정부 계획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연비규제 기준은 선진국에 비해 아직 낮다. 현재 국산차의 평균연비는 11.2㎞/ℓ로 일본의 16.0㎞/ℓ 대비 70% 수준에 그치고 있다. 특히 최근 선진국들은 이산화탄소를 줄이기 위해 자동차 연비규제를 대대적으로 강화하는 추세인 만큼 우리나라 역시 국제 추세를 따라갈 수밖에 없다. 미국은 최근 승용차 연비기준을 현재 11.7㎞/ℓ에서 2016년부터 16.6㎞/ℓ로 대폭 강화했다. 2015년부터 일본은 6.4~21.2㎞/ℓ에서 7.4~22.5㎞/ℓ로 높이고 중국도 15.2㎞/ℓ에서 17.9㎞/ℓ로 강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김 차관은 "2015년부터 적용되는 국산 자동차 연비규제는 선진국 수준 이상으로 결정할 예정"이라며 "이를 위해 7월 중 업계와 협의과정을 거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도 2015년부터는 미국 수준인 16.6㎞/ℓ 이상의 연비규제 도입이 예상된다. 이와 함께 고유가를 대비한 에너지수요관리대책의 일환으로 정부는 친환경 경유차를 구매할 경우 환경개선부담금을 항구적으로 면제해주는 방안을 추진할 예정이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