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유동성 랠리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국내외에서 봇물 터지듯 쏟아지고 있는 경기부양책과 파격적인 금리인하로 인한 유동성 장세 기대감으로 증시가 상승세를 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글로벌 경제지표들이 갈수록 악화되고 있으며 미국 투자은행(IB)들의 실적발표 리스크도 커 섣부른 랠리 편승전략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정책모멘텀과 금융장세 기대감에 급등=15일 코스피지수는 전날에 비해 54.37포인트(4.93%) 급등한 1,158.19포인트로 장을 마쳤다. 이날 급등은 미국 자동차 ‘빅3’ 구제안이 상원 통과에 실패했다는 소식에도 불구하고 지난주 말 미국증시가 상승으로 마감한 영향이 크다. 여기에 미국 정부의 신뉴딜정책 규모가 7,000억달러에서 1조달러로 확대될 것이라는 적극적인 경기부양 의지도 주효했다. 이처럼 연거푸 터져나오는 경기부양책과 함께 지난주 한국은행의 파격적인 금리인하에 따른 금융장세에 대한 기대감이 확산 중이다. 이날 건설주들이 ‘4대강 프로젝트’ 소식까지 겹치면서 무더기로 상한가로 직행한 점이 잘 방증하고 있다. 미국의 자동차 ‘빅3’ 문제 역시 지난번 미국 구제금융안(TARF)처럼 일단 상원에서 부결된 후 재상정돼 처리된 사례의 전철을 밟을 것이라는 기대감도 상승의 한 이유다. 심재엽 메리츠증권 투자전략팀장은 “‘빅3’ 변수는 오히려 미국 정부의 경제활성화 정책의 폭을 넓히고 금리인하의 계기가 될 것”이라며 “연말랠리 진행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으며 정부 정책에 힘입어 내년 연초 장세도 긍정적으로 전망되는 상황으로 전개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연말 추가 상승…긍정적 시각 필요”=경기부양책 랠리와 금융장세 기대감이 버무려지면서 연말 장세를 비교적 긍정적으로 보는 시각들이 늘고 있다. 최근 외국인의 매수세와 함께 연말 윈도드레싱을 겨냥한 기관들의 매수여력 등을 감안할 때 연말 장세가 “그다지 나쁘지는 않을 것”이라는 기대감이다. 금리인하와 함께 원ㆍ달러 환율의 하락조짐도 연말 장세의 기대를 높이는 요인 중의 하나다. 환율은 이날 다시 5원50전 내린 1,367원으로 장을 마쳤다. 이승우 대우증권 연구원은 “본격적으로 시중에 풀린 돈들이 비록 경제 펀더멘털이 좋지 않더라도 당분간 증시를 끌어올릴 것”이라며 “실제로 유동성은 내년 1ㆍ4분기나 돼야 시중에 나타나겠지만 증시가 먼저 반응을 하고 있어 1,200포인트를 겨냥한 전략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변수 여전…제한적 대응”=최근 증시 분위기가 나쁘지는 않지만 단발성 상승에 끝날 가능성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조만간 나올 미국 거대 IB인 골드만삭스와 모건스탠리의 실적발표,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금리인하 여부, 그리고 악화되고 있는 경제지표 때문이다. 실물경제의 펀더멘털 개선이 동반되지 않는 정책모멘텀과 유동성 장세는 단기에 그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김진호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최근 증시는 각종 정책모멘텀에 따른 반응으로 보이는데 연이어 터져주지 않는다면 단기간에 조정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며 “여전히 신중한 투자전략이 유효하다”고 지적했다. 박희찬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금융시장의 핵심 이슈는 ‘유동성’이 아닌 ‘자산건전성’”이라며 “유동성만으로 금융시장의 안정을 찾으려는 노력은 결국 유동성 경색을 재발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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