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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순의 눈이야기] 노안(14)

'ASA80 수술' 돋보기·안경 동시해결

올해 50세인 동갑내기 부부가 토요일 오후 병원을 찾았다. 남편 김 모씨는 대기업 임원이고, 부인 심 모씨는 전업주부다. 남매를 둔 부부는 요즘 얼굴을 맞대는 시간이 부쩍 늘었다. 딸은 호주로 유학간지 3년째이고, 아들은 지난 3월에 입대했다. 게다가 김 씨가 주5일 근무로 시간적 여유가 생겼고, 다소 느슨한 자리로 옮긴 터였다. 김 씨는 이때다 싶어 아내에게 지키기 쉽지 않은 약속을 했다. 매주 한번씩 마트에서 함께 쇼핑을 하기로 한 것. 아내가 큰 쇼핑 백을 서너 개씩 들고 다니며 불평을 늘어놓자 마지못해 내놓은 공약인 셈이다. 토요일 오전은 그 약속을 지키는 첫 날이다. 난생 처음 마트 안에 들어간 김 씨. 웅장한 규모와 그득한 물건에 고개를 두리번거리다 이내 손을 잡아당기는 아내에게 이끌려 카트를 정신없이 몰고 다녔다. 전쟁을 치르듯 쇼핑을 마치고 집에 오니 테이블 위에 덩그러니 놓여있는 돋보기 한 쌍이 그렇게 원망스러울 수 없었다. 과일이나 채소는 그럭저럭 물건을 보면서 골랐지만, 공산품은 글씨를 세세하게 보지 못해 큰 상품이름만 보고 구입했다. 결국 유통기한이 다음날 오전까지인 우유를 사고 만 것. 먼 곳은 잘 보여서 그럭저럭 돋보기를 끼면서 지낼 생각이던 김 씨 부부는 마트사건(?) 이후 이대로는 안되겠다 싶었는지 적극적인 방법으로 대처하기 위해 수술을 생각해냈다. 김 씨 부부 가운데 노안이 먼저 온 것은 아내 심 씨. 그래서 심 씨의 돋보기 두께가 더 두껍다. 심 씨는 안경까지 쓰고 있다. 또 두 사람이 각기 다른 돋보기를 쓰다 보니 집안 어디서나 안경이 굴러다닌다고. 때론 심 씨가 남편 돋보기를 썼다가 잘 보이지 않는 경우도 종종 있다. 김 씨도 글씨가 잘 보이지 않으니 자연스레 정보를 접하는 양이 줄어 답답하다고 말한다. 돋보기를 오래 쓰면 눈이 피로해 읽고 싶은 책마저도 활자가 작으면 중간에 놓게 된다고. 치고 올라오는 후배들을 보면서 답답한 마음은 걱정으로 바뀐다. 컴퓨터로 문서를 볼 때는 더욱 심하다. 정보화시대로 진입하면서 일하는 시간이 컴퓨터를 하는 시간처럼 된 요즘 정상안 기준으로 화면에 나타나는 작은 글자를 보면 암담하다. 문서를 워드 프로세스로 옮겨 글자를 크게 해 읽고 있지만 매번 그럴 수도 없는 노릇이다. 김 씨 부부에게는 'ASA80 노안수술'이 안성맞춤이다. 두 눈 모두 가까운 곳과 먼 곳을 볼 수 있고, 돋보기와 안경을 동시에 던져버릴 수 있으며 부작용과 통증까지 없으니 말이다. 부부는 주저 없이 수술을 결정하고 정밀검사를 받은 뒤 수술날짜를 확정했다. 병원을 나서는 남편 김 씨는 멋쩍은 말투로 부인에게 말했다. “빨리 집에 가서 유통기한 지나기 전에 우유나 마십시다.” 박영순ㆍ아이러브안과원장ㆍwww.eyeloveilov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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