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테크 비결은 무조건 아껴 쓰고, 수중에 들어 온 돈은 은행이나 증권사 전문가들을 통해 효율적이고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것입니다.” 오랜 무명생활을 뒤로 하고 뒤늦게 황혼기에 빛을 보며 국민적 사랑을 받고 있는 탤런트 전원주씨(67). 최근 드라마와 교양ㆍ오락 프로그램 등에서 맹활약하는 것은 물론 백화점이나 기업체, 금융기관, 야간대학원 등에서 강연요청이 쇄도해 몸이 두개라도 모자랄 지경이다. 그는 한푼 두푼 아껴 수십억원대 자산가로 부상해 ‘재테크 박사’로 통한다. 몇 년 전에는 정부로부터 ‘저축상’도 받았다. 지난 23일 호남 폭설피해 구호 생방송 직후에 만난 그는 “이웃이 어려울 때는 다 같이 정성을 모아야 한다”는 말로 인터뷰를 시작했다. 이내 특유의 ‘하하호호’ 웃음을 섞어가며 자신의 재테크담을 털어놓은 그는 억척스럽고 구수한 이미지에 맞게 무려 1시간 이상을 자신의 ‘짠순이’ 생활에 대해 속사포처럼 말을 이어갔다. 일단 그의 짠순이 스토리가 끝나기를 기다려 평소 궁금했던 자산운용 방법에 대해 물어봤다. 그는 “은행과 증권사에서 신뢰할만한 전문가를 정해 돈을 맡기고 있다”며 “굳이 비율을 따진다면 은행 고금리상품 40%, 회사채 30%, 주식 20%, 펀드 10%씩 비중을 두고 안정적인 수익을 올리고 있다”고 소개했다. “97년껜가 모 증권사 직원에게 1억원의 주식투자를 맡겼다가 반토막난 적이 있어요. 그 때 눈앞이 참 암담하더군요. 이후에는 꼭 열흘이나 보름에 한번씩 은행과 증권사에 들러 전문가를 만나 운용현황과 수익률을 꼼꼼히 체크합니다.” 재테크 책을 쓸 정도로 재테크시장에 대해 안목이 있는 그는 “해당 전문가에게 ‘당신을 믿는다’며 신뢰를 보내고 다른 전문가들로부터도 이중 삼중으로 투자 포트폴리오에 대해 자문을 받는다”며 “물론 경제신문 등을 정독하며 재테크 정보를 습득한다”고 털어놨다. 주식투자와 관련, 그는 “개별 중소형주보다는 금리이상의 수익만 올리면 된다는 생각으로 대형 우량주 중심으로 투자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번은 하이닉스에 강연을 갔다가 회사 분위기를 보고는 앞으로 일어나겠다는 생각이 들어 주식을 샀다는 그는 최근 하이닉스의 투자수익률이 60~70%정도 되자 증권사 직원이 팔라고 했지만 여전히 들고 있다며 활짝 웃었다. 펀드에 대해서도 상황을 봐가며 비중확대를 모색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오랜 기간 회사채에 투자해왔다는 그는 “우량 회사채에 투자하면 안전성도 있고 수익도 금리이상으로 나온다”며 “앞으로 금리인상이 1~2번이면 끝날 것으로 보여 수익률이 더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3곳을 이용하는 은행의 신상품 정보도 항상 접하면서 이율을 따져 보는 것도 효과적인 재테크 수단이라는 게 그의 생각이다. 강북(구기동)에 살고 있는 그는 부동산 투자의 경우 은퇴이후를 대비해 얼마 전에 시내에 작은 상가를 하나 샀다고 털어놓았다. “저는 허황되게 수익을 내겠다는 생각이 없어요. 양심적인 전문가들에게 자산을 맡겨 안정적으로 수익을 내기를 원하죠. 동시에 ‘돌다리도 두드려가며 걷는다’는 심정으로 투자 현황을 요리조리 살펴보죠.” 그는 이처럼 자산을 꼼꼼히 운용하는 것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아끼고 사는 것이라고 힘주어 강조했다. “저는 돈을 어떻게 하면 덜 쓸까를 항상 연구합니다. 주변에서 ‘궁상 그만 떨라’는 얘기도 종종 하지만 아끼는 게 워낙 몸에 배어 있고, 노년을 대비하고 나중에 뜻 있는 일을 하기 위해서 이런 시선은 의식하지 않는 편이죠.” 그는 이어 인생 후반부에 초라한 인생이냐 뿌듯하고 배부른 인생이냐는 자신의 선택에 달려 있다고 강조했다. 그로부터 들은 짠순이 생활은 일일이 다 열거하기가 힘들 정도로 많다. 우선 그는 신발이 탈색되거나 망가지면 꼭 고쳐 신는다. 화장품은 샘플을 많이 활용한다. 옷은 협찬을 받거나 할인해서 사는데, 20년 된 옷도 꺼내 곰팡이 털고 고쳐서 입는다. 인터뷰할 때에도 25년 된 바지를 입고 온 그는 “어차피 유행은 돌고 돌아 복고풍이 유행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빨래도 손빨래를 많이 한다. 잘 때는 모든 전기코드를 뽑는다. 또 기상 한 시간 전에는 무의식 중으로 전기장판 코드를 뽑는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빈그릇운동본부 홍보대사인 그는 밥이나 음식도 남편하고 먹을 만큼만 준비한다. 일절 버리는 법이 없다. 웬만한 물건은 버리지 않고 재활용한다. 수 십년 전 시집 올 때 쓰던 물건을 아직까지 쓰는 게 많다. 그래서 쓰레기도 별로 나오지 않는다. 거의 고물상처럼 창고에 물건을 쌓아놓았던 아버지의 습관을 물려받은 것 같다는 게 전씨의 말이다. 녹차도 2~3번 우려먹고 남는 것은 얼굴 화장품으로 재활용한다. 연말이나 명절 때 집에 선물이 쌓여도 한쪽에 보관해놓고 옛날 것을 닦아서 쓴다. 콩은 삶아서 밥에 넣고 그 물은 마신다고 한다. ‘시간은 돈’이라는 생각에 핸드폰도 꼭 필요한 말만 하고 딱 끊는다. 그는 웬만한 거리는 뛰어 다니고 요즘처럼 바쁜 일정에도 매니저가 없다. 또 아무리 파김치가 돼도 살림살이 모두를 파출부 없이 직접 한다. 그래서 그런지 연예인 손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투박하다. 이런 그이기에 ‘손이 고운 처녀들을 보면 일단 며느리감이 아니다’고 생각한단다. 자신에게는 금욕에 가까울 정도로 아끼는 그이지만 주변의 어려운 이웃들에게는 오히려 잘 베푼다. 교사생활을 하다 방송계에 몸담으면서 거친 오랜 무명시절을 기억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하루에 서 너 군데 뛰고 집에 가면 드러눕고 싶을 때도 많고, 돈을 갖고서도 못 쓰는 게 바보라는 생각도 때론 든다”면서도 “바빠서 아플 틈도 없지만 몸을 움직여야 보약을 안 먹고 건강할 수 있고 나중에 연예인 실버타운 건립 등 뭔가 뜻 있는 일을 할 수 있을 것”이라며 활짝 웃었다. ‘걱정한다고 해결되나요, 웃어버려요’라는 그의 노랫말처럼 특유의 웃음소리를 남긴 채 그는 “증권사에서 괜찮은 펀드상품이 있다는 연락이 왔는데 확인해 봐야겠다”며 발걸음을 바삐 옮겼다. 탤런트 전원주씨 프로필
▦1939년 8월8일 개성 출생 ▦62년 숙명여대 국어국문학과 졸업 ▦62~65년 정화여상 국어교사 ▦63년 동아방송 성우1기 ▦72년 TBC 탤런트로 데뷔 ▦취미: 등산, 영화감상 ▦출연작: 대추나무 사랑걸렸네, 타임머신, 대박가족, 퀸, 토마토, 황산벌, 아침마당, 행복가득 실속정보 등 다수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