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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고법 “삼성전자 이사들 120억 배상하라”

계열사에 주식을 저가로 팔아 회사에 손해를 입힌 삼성전자 전ㆍ현직 이사들에게 120억원을 배상하라는 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이건희 삼성 회장은 삼성전자에서 비자금을 조성, 노태우 전 대통령에게 제공함으로써 회사에 손실을 끼친 책임부분이 인정돼 70억원을 배상하게 됐다. 서울고등법원 민사21부(재판장 김진권 부장판사)는 20일 참여연대가 주주대표로 삼성 이 회장과 윤모씨 등 삼성전자 이사 9명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 항소심에서 이같이 판결했다. 이번 판결은 경영책임을 엄격히 물어 902억원을 회사에 배상하라고 했던 1심에 비해 피고 이사들의 배상책임을 대폭 경감해준 것으로 “경영상의 판단이 실패했다고 해서 그 책임까지 물을 수 없다”는 재계 입장을 다소 반영한 것으로 평가된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액면가 1만원에 취득한 삼성종합화학 주식 2,000만주를 1주당 5,733원 이상에 팔 수 있었는데도 94년 12월 2,600원에 삼성항공 등에 매각, 회사에 626억원의 손해를 입혔다”며 “다만 당시 피고들의 불가피했던 경영상황을 고려, 배상액은 손해액의 20%로 제한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뇌물공여는 회사이익을 위해서라도 기업활동 수단이나 경영판단으로 보호될 수 없는 만큼 지난 88년 3월부터 92년 8월까지 삼성전자에서 조성한 비자금 75억원을 노 전 대통령에게 뇌물로 준 이 회장도 배상책임이 있다”며 “다만 5억원은 소멸시효가 지나 배상액에서 제외한다”고 덧붙였다. 참여연대는 98년 삼성전자 소액주주들로부터 0.01%의 지분에 대한 주권을 위임 받아 3,500억원의 주주대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냈고 1심은 이사들에게 902억원, 이 회장에게 75억원의 배상책임을 지운 바 있다. 한편 삼성측은 이에 대해 “노태우 전 대통령에 대한 정치자금은 당시 업계 관례대로 제공된 것”이라며 최근의 비자금 정국과 연결되는 것을 경계하면서 “이사회의 경영판단 문제에 대해서는 삼성측의 법리주장이 상당부분 수용됐다고 본다”고 밝혔다. <김영기기자 최수문기자 chsm@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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