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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성공단 입주기업들이 천안함 사태 이후 정부가 대북 압박을 위해 취한 ‘5.24 조치’가 개성공단에 투자한 남측 기업들만 압박하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며 조속한 원상회복 조치를 촉구하고 나섰다. 특히 상주 체류인력이 기존 1,000여명에서 절반 수준으로 축소되면서 지속되는 생산 차질과 바이어 이탈로 인해 하반기에는 생산 급감이 우려된다고 기업들은 하소연했다. 개성공단기업협회 회장단은 21일 중소기업중앙회를 방문, 김기문 중앙회장과의 간담회에서 이 같은 입주기업들의 애로사항을 호소하고 문제 해결을 위한 중앙회의 협조를 요청했다. 배해동 개성공단기업협회 회장은 “5.24조치 이후에 입주기업들의 생산규모가 유지되는 것은 상반기에 받아둔 물량을 소화한 데 따른 착시효과일 뿐”이라며 “가중되는 기업들의 경영난을 해소하기 위해 일련의 정부 조치들을 5.24 이전으로 원상회복시켜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업들은 특히 상주 관리직원을 500~600명으로 축소한 조치로 근무시간이 크게 단축되면서 생산관리와 품질에 막대한 차질을 빚고 있다고 토로했다. 간담회에 참석한 A업체 사장은 “출ㆍ입경 절차 때문에 직원들이 오전 10시에나 투입돼 오후 3~4시에는 일손을 놓다 보니 생산관리가 제대로 안 돼 품질사고를 초래하고 있다”며 “체류인원을 원상회복시키는 것이 무엇보다 시급하다”고 말했다. 중앙회에 따르면 체류직원 축소 이후 입주기업 근무시간은 종전 8~10시간에서 5~6시간으로 단축된 실정이다. 또 투자승인을 받은 기업들의 설비 반출입이 종전의 포괄승인에서 개별승인으로 바뀌면서 수십 억원을 투자해 공장을 지어 놓고도 기계설비가 없어 공장을 돌리지 못하는 업체도 속출하고 있다. 배 회장은 “부품 하나하나를 신고해야 하는 바람에 설비 반입 신고부터 승인이 나기까지 1주일 이상이 소요돼 정상 업무가 불가능한 상황”이라며 “적어도 5.24 조치 이전에 투자승인을 받은 기업들의 설비 반출입은 허용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5.24 조치 이후의 신용도 하락으로 흑자부도 우려도 커져가고 있다. 도금업에 종사하는 B사 사장은 “물량주문이 크게 늘어 원자재 구입을 위한 대출을 신청했는데 ‘개성리스크’를 이유로 거절당했다”며 “개성에 갔다는 이유만으로 흑자부도가 날 뻔하고 이상한 사람이 됐다”고 하소연했다. 이에 대해 김기문 중앙회장은 “천안함 사고 이후 북한을 압박하기 위해 취한 조치가 오히려 남한 기업들을 압박하는 형상이 돼 버린 것 같다”며 “기업이 정상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해 달라는 입주기업들의 입장을 정부에 충분히 건의하겠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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