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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산 탄생 100년] 불굴의 정신으로 무에서 유 창조

다양한 분야서 거침없는 행보… 과도한 자신감은 조직 망칠수도

■ '캔두이즘'의 경영학

정주영(오른쪽) 회장이 1988년 9월 현대그룹을 찾은 구보 도미오 미쓰비시자동차 회장과 함께 차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현대자동차의 첫 고유 모델인 '포니'는 미쓰비시의 엔진을 달고 나왔지만 현재 현대차와 미쓰비시는 생산량만 놓고 보면 비교가 안 될 정도로 관계가 역전됐다. /사진제공=현대차

"이봐, 해봤어?" 아산 정주영 회장을 상징하는 단어다. 위기를 넘는 그의 경영철학은 헨리 포드, 앤드루 카네기 등 20세기 초 미국의 개척정신을 대변하는 기업가들을 닮았다. 대부분 어려운 환경에서 '무'에서 '유'를 창조해낸 이들은 자신의 창업 스토리 자체가 신화라는 사실에 자부심을 가졌다.

초창기 미국 창업가 듀폰의 손자이자 경영 사상가인 알프레드 챈들러는 명저 '보이는 손(visible hand)'에서 미국 자본주의의 성장 원인을 이렇게 봤다. '불굴의 정신으로 다양한 분야에 발을 뻗으며 다각화·대형화를 추진해온 경영.' 자동차 정비 서비스에서 건설 산업으로, 다시 전자와 금융 등으로 비관련 다각화를 추진한 정주영 회장의 거침없는 행보, 그리고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캔두이즘(candoism)'과 맞닿아 있다.

김동원 고려대 경영대학장은 서울경제신문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정주영 회장의 경영은 세 가지로 볼 수 있다. 철저한 현장주의·실용주의 그리고 도전정신이다. 이는 시대적 배경과도 깊은 연관이 있지만 오늘날의 경영환경에도 반드시 필요한 부분이다. 창업형 최고경영자(CEO)였던 정주영 회장의 이 같은 정신은 정몽구 회장이나 정의선 부회장에게서도 발견할 수 있다"고 말했다.

물론 캔두이즘에 어두운 면도 존재하는 것은 사실이다. 가장 치명적인 것이 경영자의 과도한 자신감. 기업의 오너가 스스로 '할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지면 그를 견제할 수 있는 측근들이나 부하들도 좀처럼 버티기가 어렵다. 장기적으로 조직의 건강성이 치명상을 입을 수도 있다. 아산이 거둔 성공의 크기는 거대하지만 한국 경제사는 사주의 그릇된 경영판단, 문어발식 확장으로 회사는 물론 국가경제가 휘청거리게 한 사례가 부지기수다.



그래도 캔두이즘은 예비 창업자들이 불확실성의 시대를 헤쳐나갈 수 있는 정신적 자양분으로 손꼽힌다. 지난 1999년, 단돈 7,000원으로 창업해 지금은 세계에서 가장 많은 돈을 번 기업인으로 평가 받는 마윈 중국 알리바바 회장이 21세기 캔두이즘의 대표 격이다. 스스로 인정하듯이 경쟁력 없는 외모, 어려운 집안 형편, 3수 끝에 간신히 지방의 한 대학에 들어가 입사시험에만 30번 넘게 떨어질 정도의 낮은 학업성적을 갖고도 그는 포기하지 않은 끝에 빌 게이츠과 자선경쟁을 펼치는 세계적인 사업가로 성장했다. "내가 성공하면 중국인의 80%가 '나도 성공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질 것이다. 나는 할 수 있고 해야만 한다"는 자신감과 의무감이 마윈 성공 스토리에 담긴 캔두이즘이다.

정보기술(IT) 분야나 청년 창업에서 캔두이즘의 확산은 국가적 과제이기도 하다. 청년들이 신명하게 있을 때 한국의 캔두이즘도 새로운 지평을 열어갈 수 있다. 캔두이즘의 요체는 무엇일까. 책자 '정주영 경영철학'에 남아 있는 아산의 어록에서 찾아볼 수 있다. '사업을 시작할 때 반드시 성공한다는 확신 90%, 그리고 되게 할 수 있다는 자신감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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