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기자회견장 인근에서 발생한 로켓 공격에 대해 ‘이란 연루설’이 흘러나오고 있다. 마리 오카베 유엔 부대변인은 사고 직후 22일(현지시간) 유엔 본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기자회견장 인근에서 공격이 있었으나 이번 공격이 사무총장을 겨냥한 것인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면서 “현재 유엔이라크지원단(UNAMI)이 사건을 조사하고 있다”며 사건경위에 대해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그러나 유엔이 그 동안 반 총장의 이라크 방문 일정 자체를 철저히 비밀에 부쳐왔다는 점에서 이번 로켓 공격이 의도된 테러라는 시각이 많다. 특히 이날 로켓 공격은 반 총장과 누리 알말리키 이라크 총리가 공동기자회견을 막 시작했던 시각에 맞춰진 것으로 미뤄 최고위급 인사의 방문 사실뿐 아니라 구체적인 동선까지 무장세력에 노출된 것이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반 총장이 기자회견을 하는 얼마 안되는 시간에 정확히 맞춰 기자회견장과 아주 근접한 곳을 겨냥했던 공격을 우연의 일치로 보기 힘들다는 것이다. 앞서 지난 2월 말 딕 체니 미국 부통령의 아프가니스탄 바스람기지 방문도 극비리에 이뤄졌는데도 이에 맞춰 자살폭탄 공격이 일어나기도 했다. 이와 관련, AP통신은 23일 이번 공격에 쓰인 무기가 이란이 주로 사용하는 ‘카튜사 로켓포’라는 점을 들어 ‘이란 배후설’을 간접 시사했다. 하지만 이라크에서 일상화된 ‘단순 테러’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유엔 사무총장을 겨냥한 테러는 국제적으로 엄청난 비판을 감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바그다드의 박격포 공격 가운데 절반 정도가 그린 존(미군 특별경계구역)을 겨냥했을 만큼 이번 공격도 그린 존을 노린 무장세력의 공격 중 하나라는 시각이다. 한편 반 총장은 로켓 공격에도 불구하고 중동 순방을 예정대로 진행할 계획이이라고 유엔 본부는 밝혔다. 반 총장은 기자회견 이후 알말리키 총리 주최 오찬에 예정대로 참석, 현지 정치지도자와 의원들을 만났으며 현지 외교관들과도 접촉했다. 또 현지 유엔 직원들과 간담회를 가진 데 이어 2003년 현지 유엔 사무소 폭탄테러로 숨진 희생자들을 기리는 추모비에 헌화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