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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기업을 가다] 선원웅 자동차산업연구원 연구위원

'세계화 덫' 빠진 다임러다임러-크라이슬러는 독일의 다임러-벤츠와 미국의 크라이슬러가 98년 11월 합병함으로써 탄생하였다. 동 회사는 대서양을 건너 탄생한 최초의 글로벌 대기업으로 단숨에 연산 400만대의 세계 제4위로 도약하였는데 이것은 400만대의 최소규모를 달성하지 않으면 자동차 업체로 독자 생존할 수 없다는 세계적 논의 역시 촉발시켰다. 하지만 다임러-크라이슬러는 현재 "세계화의 덫"에 빠진 것으로 보인다. 메르세데스- 벤츠브랜드의 승용차 상용차 사업이 매출기록을 갱신하고 있는데도 크라이슬러는 판매부진과 영업적자에 시달리고 있다. 다임러-크라이슬러가 완전 인수할 예정인 미쓰비시 역시 연이은 리콜 사태로 극심한 영업위기에 처해있다. 이 비상사태에 크라이슬러와 미쓰비시는 각각 대규모 라인/인원 감축 납품단가 인하 조치를 취하고 있다. 단기적 극약처방을 통해 크라이슬러는 2002년 하반기부터, 미쓰비시는 2003년부터 흑자로 전환시키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사업축소를 통한 흑자전환은 임시처방에 불과하다. 위기의 보다 근본적인 원인은 실질적인 글로벌 기업통합이 그간 이루어지지 않았다는데 있는데, 그 이유는 첫째 고급차에 특화된 메르세데스-벤츠와 범용차에 강한 크라이슬러 사이에는 공통성이 적은 까닭에 시너지효과 창출의 여지가 적었으며 그리고 둘째로 독일 기업문화와 미국 기업문화가 서로 융합되기 힘들다는 점이었다. 다임러-크라이슬러의 경영진은 먼저 향후 시너지 창출 전략을 제시하였다. 기술-부품 공유를 통한 시너지 창출을 위해 우선 크라이슬러와 미쓰비시간의 모델 플랫폼 (엔진과 새시 등 차대) 통합 전략이 세워졌다. 2000cc 이하의 플랫폼은 미쓰비시가 개발하고 크라이슬러는 그 플랫폼을 기초로 북미형 변종모델을 개발하며 역으로 2000cc 이상 플랫폼 개발은 크라이슬러가 주도한다는 것이다. 제휴관계에 있는 현대차와 엔진 등 플랫폼 부품을 공유할 수 있는 방안도 모색중이다. 메르세스-벤츠는 고립된 최고급 브랜드 전략과 기술 차별화 전략을 유지할 것이기에 크라이슬러-미쓰비시-현대차간에 이루어지는 시너지 창출 전략에서 일정한 거리를 둘 전망이다. 한편 크라이슬러의 위기조짐이 일찍 인지되지 못한 이유는 현격하게 다른 독일 다임러와 미국 크라이슬러 사이의 기업문화 갈등 문제에 대해 확고한 원칙 없이 우물쭈물하였기 때문이라는 시각이 많다. 구미와 매우 다른 미쓰비시의 일본식 기업문화 역시 다임러 경영진에게는 커다란 도전이다. 기업의 흥망성쇠는 400만대 규모의 확보 여부가 아니라 인간의 정신과 의지와 능력 즉 문화에 좌우된다. 글로벌 기업은 나라별 기업별로 다른 문화를 통합하는 커다란 과제에 직면해 있으며 그 해결에 다임러-크라이슬러의 미래는 달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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