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국내에서 신용경색 상황이 발생할 경우 즉각 시장개입을 통해 유동성을 공급하겠다고 밝히는 등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주택담보대출) 사태’의 불똥이 국내 금융시장으로 튀지 않도록 사전대응에 나서고 있다. 사실 정부는 우리 기업의 해외채권 발행이 어려워지는 등 부분적인 영향은 어쩔 수 없지만 국내에서 신용경색 상황이 벌어질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판단하고 있다. 서브프라임 관련 국내 금융기관 부실채권 규모가 미미하고 금융기관 대출 연체율도 낮아 특별한 조치를 취할 단계는 아니라는 설명이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이 같은 판단에 동의하면서도 통계를 액면 그대로 믿어서는 안 된다고 주문했다. 연체율이 낮은 것은 분모(대출자산)가 분자(연체자산)보다 빠르게 증가한 것이 원인인데다 연체 차주 비율이 최근 들어 1%포인트 이상 상승하는 등 부실화 징후도 있다는 것이다. ◇신용경색 우려할 단계 아니다=김석동 재정경제부 제1차관은 13일 금융정책협의회를 가진 후 “이른 시간 내에 서브프라임 부실 문제가 마무리될 것이라고 장담하기는 이르다”며 “국제금융시장의 불안이 증폭되고 한국에도 신용경색이 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그는 “신용경색 상황이 우려될 경우 유동성 공급에 나설 것”이라며 “단 현재 상황에서는 국내 금융시장이나 금융기관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이라는 게 정부의 판단”이라고 덧붙였다. 일부 기업들의 해외증권 발행이 어려워지고 있지만 현재의 풍부한 유동성을 고려할 때 큰 문제는 아니라는 게 재경부의 시각이다. 한국은행도 이번 사태에서 국내금융시장은 한발 비켜나 있는 것으로 판단했다. 한은의 한 관계자는 “현재 원화시장은 자금이 굉장히 풍부해 오히려 흡수해야 할 상황”이라며 “유동성을 공급해야 했던 미국과 유럽의 상황과는 다르다”고 말했다. 국내 금융기관의 서브프라임 관련 투자 규모가 총 8억5,000만달러 규모에 불과한데다 전체 보유채권 중 80%가 A-로 부실 우려가 크지 않다는 것이 정부의 설명이다. 국내 주택담보대출시장 역시 미국보다 연체율이 낮고 담보인정비율(LTV) 도입 등으로 엄격하게 관리돼 서브프라임 부실이 불거질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것이다. ◇금융통계 과신해서는 안 돼=연체율 등 관련 통계를 볼 때 정부의 설명처럼 한국은 신용경색을 우려할 만한 상황이 아니다. 은행 전체(일반ㆍ특수은행) 연체율은 지난해 말보다 소폭 상승했지만 여전히 안정세를 유지하고 있다. 기업 연체율의 경우 2005년 12월 1.3%에서 2006년 12월 1%, 올 5월 1.2% 등을 나타냈다. 가계 연체율도 1.1%(2005년 12월), 0.7%(2006년 12월), 0.9%(올 5월) 등으로 하향 보합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원화대출금이 올 1~6월 57조원 증가해 지난해 같은 기간(38조5,000억원)보다 8.3% 늘어난 데 비하면 양호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통계에만 의존해 리스크 관리를 게을리해서는 안 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김우진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분모(대출자산)의 증가가 분자(연체액)보다 더 커 연체율이 낮게 나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며 “0.5%대 연체율은 선진은행은 물론 과거 역사적 평균보다 낮다는 점에 더욱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 은행권 총 대출 차주 중 연체 차주 비율은 기업을 중심으로 연체율보다 증가폭이 크다. 가계 연체 차주 비율은 2006년 말 2.5%에서 올 5월에도 2.5%를 나타냈다. 반면 기업 연체 차주 비율은 2006년 12월 2.8%에서 올 5월 3.8%로 1%포인트 상승했다. 중소기업 연체 차주 비율도 이 기간 동안 2.78%에서 3.81%로 올랐다. 신종협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국내 주택시장의 경우 연체율이 낮은데다 미국 대출시장과 차이가 많아 서브프라임 부실이 한국에서 발생할 가능성은 높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며 “단 서브프라임 사태로 국내 대출금리가 오르고 주택 가격 하락세가 지속될 경우 국내 금융기관의 모기지 대출 역시 부실화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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