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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 포커스] 공정위 금리 담합 조사 어디까지

대통령 의중 반영한 '금융사정'… 보신행태·대출금리 등 파장

공문·e메일 등 이례적 조사… 은행 "실익 없는데…" 답답

기술금융 등 미온적 반응에 "팔 비틀기 나서" 의혹 커져

"의중을 알 수 없어 더 답답합니다. 어제(26일) 금융위원장이 대통령에게 금융 보신주의를 깨보겠다고 보고를 드렸는데 그날부터 공정거래위원회가 연 이틀 담합 조사를 나온 거잖아요. 아닌 밤중에 홍두깨라고 담합이라니요? 반대급부(이득)도 없는 담합을 누가 합니까?" (대형 시중은행 부행장)

시중은행들이 때아닌 공정위의 담합 조사에 아연실색하고 있다.

여수신 금리 체계 전반을 들여다보는 대규모 조사인데다 정부 차원에서 금융 보신주의 척결 의지를 과시하는 국면에 나왔다는 점에서 긴장감의 강도가 그 어느 때보다 높다.

당장 최근 기준금리 인하 이후 은행들의 대출금리와 예금금리 흐름에 대한 비판이 나오고 있어 자칫 지난 2012년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 담합 의혹의 '제2 라운드' 성격이 될 수 있다는 우려마저 나온다. 한 시중은행 부행장은 "금융보신주의가 화두가 되고 있는 시기에 조사를 나온 것도 그렇고 의도가 다분해 보이는 게 사실"이라며 "은행으로서는 억울하다"고 말했다.

◇"왜 지금이냐" 해석 분분=이번 조사는 27일까지 이틀간 신한·하나·국민·우리 등 4대 은행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공정위는 각 은행당 5~6명을 투입해 대출금리뿐만 아니라 예금금리와 관련한 공문·e메일·메신저 등을 샅샅이 훑은 것으로 알려졌다. 조사관 수가 각 은행당 3명, CD금리 하나만 팠던 2012년 조사 때와 비교하면 이번 조사의 규모가 이례적인 수준임을 알 수 있다. 문제는 왜 하필 지금이냐는 것이다.



은행들은 금융보신주의 이슈가 부각된 상황이라는 점을 의식하고 있다. 은행들이 기술금융 확대 조치 등과 관련해 미온적인 반응을 보이자 정부 차원에서 은행 팔 비틀기에 나섰을 수도 있다는 의혹이 담겼다. 사실상 대통령의 의중이 묻어 있다는 것이다.

최근 예·적금금리 인하 폭에 비해 대출금리 인하 폭이 상대적으로 낮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는 점도 공정위가 나서는 배경이 됐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한쪽(금융당국)에서는 은행에 당근을 제시하고 한쪽(공정위)에서는 으름장을 놓고 있다면서 부처 간 엇박자를 꼬집고 있다.

◇은행 "담합 없다"…대출금리 등 변화 주목=한 시중은행장은 "자본시장이 완전히 오픈돼 있는데 무슨 담합이냐"며 "0.1%만 금리가 움직여도 자금이 왔다갔다하는 저금리에서 이득도 없는 담합을 할 이유가 없다"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그는 "시장금리라는 게 기준금리 조정 이후 비슷한 시기에 움직이기 때문이지 모종의 꿍꿍이가 있어 그런 게 아니다"라고 불편한 심기를 내비쳤다. 다른 은행 임원도 "이번 조사도 은행에 눈치를 주기 위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공정위 조사가 별다른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끝나더라도 은행들이 대출금리 인하 등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과거 CD금리도 조사 직후 연 3.25%에서 석 달 뒤 연 2.87%로 0.38%포인트나 떨어졌다. 같은 기간 국고채 3년물 금리가 0.08% 떨어졌던 것을 감안하면 CD금리가 얼마나 가파르게 떨어졌는지 알 수 있다. 조사에 부담을 느낀 은행들이 금리 조정에 나설 수 있음을 유추해볼 수 있는 대목이다. 기술금융 확대에도 이전보다 의욕적으로 나설 수 있다. 시중은행의 한 임원은 "의도가 뭔지는 모르겠지만 서민금융·기술금융에 나서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 게 있겠느냐"고 자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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