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경환 국무총리 직무대행 겸 경제부총리는 과연 어떤 선택을 할까. 추가경정예산 편성 여부를 놓고 최 경제부총리의 고민이 점점 깊어지고 있다. 핵심 성장동력인 수출이 5년 9개월 만에 두 자릿수 감소율을 기록할 만큼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다 미약하나마 꿈틀거리던 내수마저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사태로 다시 꺾이면서 재정과 통화의 정책 조합을 주문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의 한 고위관계자는 "(추경을) 하려면 오는 7월에는 해야 한다"며 "그 이후는 늦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최 경제부총리는 8일 서울 플라자호텔에서 열린 '중견기업 최고경영자 강연회'에서 "엔저와 유로화의 약세가 장기화되고 전 세계적으로 교역이 둔화되면서 수출기업의 어려움이 커지고 있다"며 "메르스로 인한 소비·투자심리 위축 등 경제에 미칠 부정적인 영향이 우려된다"고 밝혔다. 그는 전일 관련 대책 브리핑에서도 메르스만을 위해 추경을 편성할 단계는 아니라며 선을 그었지만 "경제에 주는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모든 선제 조치를 다하겠다"며 사태 추이에 따라 탄력적으로 대응할 것임을 시사했다.
최 경제부총리가 추경 카드를 꺼낼 수 있는 분위기도 무르익고 있다. 추경 요건의 적절성과 재정적자에 대한 우려를 제기하는 입장도 있지만 경기둔화를 막기 위한 선제 대응이 절실히 필요하다는 점에서 점차 무게가 실리는 분위기다. 야당도 정부가 추경 편성을 요청한다면 적극 협조한다는 입장이다.
관건은 타이밍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는 한국은행이 이달 11일 금리를 인하하고 이번주에라도 메르스 사태가 잠잠해질 경우 추경 편성에 대한 목소리는 일단 잦아들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메르스 사태가 지역사회 등으로 광범위하게 퍼지고 장기화할 경우 결국 추경 카드를 꺼낼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다만 최 경제부총리를 머뭇거리게 하는 요인은 아직 남아 있다. 지난해까지 3년 연속 대규모 세수 펑크가 발생한 상황에서 섣불리 추경 카드를 꺼냈다가 경기는 못 살리고 재정적자 및 세수부족의 악순환만 심화시킬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1~3월 세수진도율은 22.7%로 지난해보다 0.2%포인트 오르는 등 나쁘지 않지만 경기의 영향을 크게 받는 부가가치세가 2조원 가까이 줄어드는 등 아직 불안하다. 미국의 조기 금리인상 여부와 중국의 경기둔화(2·4분기에 6년여 만에 6%대 성장률 전망)도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분석된다. 대외 금리격차 축소, 달러 강세 등의 요인이 추경을 위한 대규모 국채 발행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