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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능동적인 후보 검증이 선거혁명이다
입력2004-04-02 00:00:00
수정
2004.04.02 00:00:00
17대 총선의 후보자 등록을 마감한 결과 선량으로서의 자질이 의심되는 후 보자가 수두룩하게 나타났다. 우선 총 후보자 1,175명 가운데 본인과 배우 자 및 직계존비속의 세금납부 실적이 연평균 20만원도 안 되는 경우가 전체의 19.7%나 됐다. 특히 후보자의 19.3%는 5년 동안 50만원 미만의 소득세를 낸 것으로 신고했고 6.6%는 아예 한푼의 소득세도 내지 않았다. 병역 의무 대상 후보자 가운데 군에 가지 않은 후보는 19.0%나 됐으며, 병역의무 대상 자녀를 둔 후보자의 13.9%는 아들을 군에 보내지 않았다. 특히 후 보자 가운데는 소득세 체납자가 적지않았고 세금을 한푼도 안 내고 군까지 면제 받은 사람이 7명이나 된다니 이해할 수 없는 노릇이다.
개정선거법이 유권자에게 후보선택의 판단자료를 제공한다는 취지로 후보자의 재산, 병역, 납세와 전과 등 기록을 신고토록 의무화한 결과지만 후보자의 자질이 매우 실망스럽다. 나름의 이유야 있겠지만 국회의원이 되고 자 하는 후보자가 보통 사람보다 세금을 덜 내고 병역의무를 더 지키지 않 았다면 유권자들은 정신을 똑바로 차리고 투표에 임해야 할 것이다. 국민의 의무, 특히 납세와 병역의 의무의 이행여부는 공직담임의 으뜸가는 기준이다. 유권자들은 명백한 결격사유에 대해서 뿐만 아니라 교묘한 탈법으 로 국민의 의무를 지키지 않았는지에 대해서 더욱 눈을 부릅뜨고 살펴야 할 것이다.
17대 총선의 후보자 경쟁률은 16대에 비해 크게 높지 않지만 지금까지 선거법 위반행위는 3배를 넘어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선거사범의 증가는 과거보다 실제로 법 위반이 많아서라기 보다 엄격한 개정 선거법의 적용 때문이라 할 수 있다. 그 만큼 17대 총선은 돈 안 들고 깨끗한 선거를 지향하고 있다.
하지만 탄핵정국에 묻힌 4.15 총선은 과거에 비해 인물이나 정책을 따지는 분위기가 실종된 상태에서 치러진다는 우려도 낳고 있다. 특히 과거 선거와는 달리 합동연설회도 정당연설회도 사라지고 선거운동원의 활동도 줄어 들 수 밖에 없는 처지다. 따라서 유권자들이 수동적으로 투표에 나서기 보 다 적극적으로 후보자를 검증해야만 올바른 한 표를 행사할 수 있는 상황이다. 후보자의 개인정보를 공개하고 선관위가 투표 3일전인 12일을 ‘후보자 진단의 날’로 정해 유권자들이 적임자를 선택토록 유도하는 것도 선 거혁명을 이루고자 하는 민의를 반영한 때문이다.
선거혁명이나 민주주의는 결국 유권자의 손에 달려있다. 유권자들은 단지불법 선거운동을 감시해 포상금을 탄다는 차원을 넘어서서 후보자 가운데누가 가장 훌륭하게 의정활동을 할 수 있을지를 진지하게 고민한 뒤 선택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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