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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광주시의 소촌산업단지에 자리 잡은 우리로광통신에서는 요즘 이전 준비가 한창이다. 최근 3~4년간의 가파른 성장으로 비좁아진 소촌공장 대신 첨단설비로 무장한 넓은 생산시설을 확보하기 위해 우리로광통신은 120억원을 투자, 내달이면 부지 1만3,000㎡ 규모인 평동공단으로 자리를 옮길 예정이다. 우리로광통신은 평동공단에서 5년 뒤 매출 1,000억 돌파라는 비전을 달성하기 위한 새로운 출발을 하게 된다. 광통신 부품업체인 우리로광통신은 초고속 통신망이 깔리기 한참 전인 98년에 설립된 국내 광산업의 선구자다. 주력 제품은 댁내광가입자망(FTTH) 구축에 필요한 평판형 광분배기(PLC 스플리터)와 광파이버 어레이. 각각 지식경제부가 선정한 세계일류상품과 차세대 일류상품으로 선정된 광통신망 구축의 핵심 제품으로, 빠르게 국내외 시장을 점유해 나가고 있다. 특히 광분배기 제조의 핵심부품인 파이버 어레이는 전세계에서 우리로광통신만 보유하는 고유 기술이다. 초고속 통신망이 구축된 2007년 이후 회사의 성장은 눈부시다. 2007년 매출 60억원으로 손익 분기점을 넘어선 이래 연평균 성장률은 30~40%에 달한다. 지난해 매출 150억원, 순이익 40억원을 달성한 우리로광통신은 올해 200억을 훌쩍 넘는 매출을 내다보고 있다. 올 초에는 포토다이오드(PD) 분야에서 기술력이 높은 포토닉솔루션을 인수해 성장의 가속화를 예고하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성장 뒤에는 오랜 기다림의 시간이 있었다. 84년 광주에서 열수축성튜브 전문업체인 무등을 운영하던 김국웅(68) 회장은 전남대 연구소가 개발한 평판광회로기술(PLC)을 사업화하기 위해 98년 우리로광통신을 설립했다. 끊임없는 투자와 노력 끝에 제품화에 성공한 것은 2001년. 하지만 그 뒤가 문제였다. 아무리 기다려도 시장은 형성되지 않았다. 김 회장은 "2003년이면 형성될 줄 알았던 시장이 2006년까지도 열리지 않았다"며 "탄탄하게 일궈 놓은 무등까지 망가질 수 있다는 생각에 한강에 빠질 생각까지 했었다"고 한다. 당시 우리로광통신의 신용등급은 'CC'. 모든 금융거래가 중지되는 수준이다. 핵심 인력들이 회사를 나가고 회사 청산가치가 잔존가치보다 높다는 분석도 나왔다. 어려운 시기를 버티는 데는 '무등'이라는 기댈 언덕이 주요한 역할을 했지만, 취약한 재무구조에도 선뜻 지원 결정을 내린 기술보증기금의 기술금융 역시 큰 도움이 됐다고 김 회장은 당시를 돌이켰다. 기보는 회사 설립 초기인 99년부터 우리로광통신과 거래를 시작, 취약한 재무구조에도 불구하고 기술평가를 통해 보증지원에 나섰다. 기다리던 시장은 2007년에야 열렸다. 통신업체들의 초고속 광통신망 구축이 시작되자 9년간 기술력을 쌓아 온 우리로광통신은 날개를 단 듯 고속 성장의 길로 들어섰다. 현재 우리로광통신의 제품은 SK브로드밴드 독점공급 등 국내 시장의 30%를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회사가 주력하는 것은 매출의 70%를 차지하는 해외 시장이다. 중국을 비롯해 동남아, 북미, 유럽 등 우리로광통신의 진출 반경은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김 회장은 "제품의 품질을 결정짓는 빠른 속도를 내면서도 네트워크 손실을 최소화하는 것인데, 우리로광통신의 분배기는 손실이 제로에 가깝다"며 "경쟁사를 크게 앞선 고부가가치 제품으로 수출 시장을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게다가 현재 동조업계에는 국내 3사를 포함해 세계 5개 업체만이 진출해 있을 정도로 진입장벽이 높아 국내 업계의 가격경쟁력과 높은 기술력을 보유한 우리로광통신은 해외시장에서 우위를 차지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게 김 회장의 설명이다. 그는 "내년 하반기까지는 생산설비와 인력 확충 등 투자를 지속해 2015년 매출 1,000억원을 돌파하는 광산업의 선도기업으로 자리매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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