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버전스와 무선인터넷 부문이 글로벌 정보기술(IT) 업체들의 실적을 좌우하는 핵심 요소로 떠오르고 있다. 세계적인 경기침체 속에서도 애플의 스마트폰 아이폰과 아마존의 전자책 킨들(Kindle), 이베이의 인터넷전화 '스카이프' 등이 큰 폭의 성장세를 보이며 이들 기업의 실적을 끌어올리고 있는 것이다. ◇불황 불구 컨버전스 분야만 '웃음'= 최근 3ㆍ4분기 실적 발표에서 이베이의 매출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 증가한 22억4,000만달러(약 2조6,600억원)을 기록했다. 이베이의 매출액 증가는 인터넷전화 서비스인 '스카이프'의 활약 덕분이다. 실제로 스카이프의 3ㆍ4분기 매출액이 1억8,520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9%나 증가했고, 가입자도 4,030만명을 추가로 확보해 무려 누적 가입자수가 5억명을 처음 넘어섰다. 애플의 실적을 견인한 것도 스마트폰의 대명사 아이폰이었다. 애플은 7~9월까지 석 달 동안 740만대의 아이폰을 팔아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7%가 증가했다. 특히 판매 대금은 받았지만 재고 부족 등으로 아직 제품을 전달하지 못한 아이폰의 선수수익(deffered revenue)이 전년 같은 기간 35억달러에서 이번 분기에는 85억달러로 두 배 이상 증가한 것은 아이폰의 인기를 반증하고 있다. 아마존 역시 구체적인 수치를 밝히지는 않았지만 "(전자책 단말기인)'킨들'이 회사의 넘버1상품"이라고 치켜세울 만큼 판매에 호조를 보이고 있다. ◇통신사업자 무선데이터 수익 급증= 컨버전스의 활약은 무선인터넷 수익 증가로 이어지고 있다. 미국 2위 통신사인 버라이즌은 26일(한국시간 27일) 3ㆍ4분기 매출액이 273억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9% 줄었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무선데이터 매출은 이와는 반대로 41억달러로 28.9%가 증가했고 이로 인해 서비스 매출액도 5%가 늘었다. 미국 최대 통신사인 AT&T의 무선데이터 증가폭은 더욱 두드러진다. AT&T의 3ㆍ4분기 무선데이터 매출액은 183억달러. 1년전에 비해 33.6%(36억달러)나 수직 상승한 서비스 마진율 역시 38.5%까지 높아졌다. ◇우리나라는 아직 걸음마 단계= 이처럼 컨버전스와 무선인터넷이 해외에서는 호조를 보이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아직 걸음마 단계에 불과하다. 스마트폰의 국내 시장 점유율은 아직도 1% 미만에 불과하고 전자책 단말기나 모바일 인터넷전화, 무선데이터 서비스 등도 이제 겨우 출발선상에 선 상태다. 실제로 최근 우리나라 이동통신사인 LG텔레콤의 3ㆍ4분기 실적 발표에서 데이터 서비스 매출액 증가폭이 6%에 불과하다. AT&T나 버라이즌이 20~30% 이상 고성장을 한 것과 비교하면 크게 대조를 이루는 모습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우리나라가 컨버전스 시대에 돌입했다고는 하지만 현재 글로벌 추세와 비교하면 이제 걸음마를 띤 것에 불과하다"며 "벌어져 있는 격차를 따라잡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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