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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수 전방위 사업시대] 4. 키워드는 ‘가치’
입력2003-09-25 00:00:00
수정
2003.09.25 00:00:00
신경립 기자
“기업이 부수 사업으로 운영하는 외식사업체 대부분은 적자입니다. 초기 투자비용이 많아 부담이 되는 것이 사실이지만, 성장성이 있는 고부가가치 업종이다보니 미래를 내다보고 진출하는 겁니다”
식품회사는 물론이고 패션, 유통업체, 종합상사 등 업종을 막론하고 외식사업에 뛰어드는 업체가 우후죽순으로 늘어나고 있다. “대기업이 중소사업체 영역인 외식사업까지 나서서 푼돈을 긁어 모으려 한다”는 비난도 제기됐지만, 이윤 추구를 최대 목적으로 하는 기업체가 `현금`이 되는 고부가가치 사업을 굳이 외면할 이유는 없다.
근래 급증한 수입 패션사업이나 기능성 건강 관련 사업도 마찬가지. 신규 진출사업이 몰리는 이들 업종은 가격이 높은 만큼 판매에 따른 이윤 창출 효과가 높은 대표적인 고부가가치 사업이다. 하지만 고부가가치 사업이 무조건 장래의 고수익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미투(me too)` 전략으로 사전 지식 없이 뛰어들어 공연한 체력 낭비 결과만 초래하는 경우도 눈에 띄는 현실이다.
◇`먹는 장사가 남는 장사`= 적잖은 투자비용에도 불구하고 레스토랑 운영은 새로운 영역으로의 진출을 노리는 기업들이 가장 먼저 떠올리는 인기 사업 아이템이다. 일반 소비자들에게 가까이 다가가는 접점이 되는데다, 기존 사업과의 코마케팅이 쉽다는 점, 무엇보다 높은 부가가치를 기대할 수 있다는 점이 외식사업 진출의 동력.
㈜CJ에 따르면 지난해 말 현재 기존 핵심 사업인 식품분야의 영업이익률은 8.67%인 반면 외식사업을 운영하는 CJ푸드빌의 이익률은 12.5~13% 수준. 회사 관계자는 “기업의 성적표라고 볼 수 있는 영업이익률을 비교해 볼 때 일반적으로 식품사업과 외식사업이 3~4% 포인트 차이를 보이는 것으로 안다”며 “한 해 매출을 감안할 때 이 정도 차이는 상당한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이유 때문에 식품업계에선 레스토랑 한 두개 운영하는 것이 유행처럼 급속 확산되고 있다.
외식사업은 의류업체에게도 단골 타깃 업종이다. `패션과 요리는 문화의 같은 범주`라는 감각 아래, 기존 패션 사업과 외식 사업이 서로 같은 고객층을 타깃으로 하는 시너지 효과를 일으키는 고부가가치 사업이라는 것이 이들의 주장. 속옷업체 ㈜좋은사람들이 동양면 전문점 2개 점포를 운영중이며 쌈지, F.G.F, 명실업 등도 각각 레스토랑이나 와인숍 등 먹거리 사업으로 영역을 넓혔다. 청담동에서 소위 `잘 나가는`레스토랑 중에는 유명 디자이너가 경영하는 곳을 적잖이 찾아볼 수 있다.
대기업의 외식사업 진출도 발길이 빨라지고 있다. 유통업체 이랜드가 피자몰에 이어 `애슐리`라는 레스토랑 으로 `먹는 장사`에 박차를 가하고 있고, SK도 자회사 SK베넥스를 통해 중ㆍ일ㆍ양식당부터 내달엔 햄버거 프랜차이즈 사업까지 벌일 예정이다.
◇너도나도 `기능성``고급화`= 몸에 좋다면 천만금이라도 내어 줄 정도로 건강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면서, 신규사업 진출의 주축을 이루는 또 하나의 핵심 단어는 `기능성`이다. 대다수 식품업체들은 건강기능성 식음료 부문에 경쟁적으로 진출, 이 분야를 차세대 육성 사업으로 지목하고 있다. 일반 식음료보다 고가로 구성되는 기능성 식품은 소비자들의 건강지향 성향이 강화됨에 따라 앞으로의 고성장이 예상되는 분야. 최근에는 한국화장품이 생식시장에 진출, 시장의 한계와 실적 부진에 시달리는 화장품업계의 건강시장 진출의 테이프를 끊었다.
패션사업에서도 기능성 소재의 인기가 높아짐에 따라 이 분야로의 사업 확대가 두드러진다. 첨단 기능성 소재로 유명한 고어코리아는 최근의 기능성 선호 추세를 반영해 아웃도어 웨어 뿐 아니라 일상 시티웨어로까지 사업 제휴의 폭을 확대했다. 이 회사의 김성열 부장은 “패션 브랜드 입장에서는 원자재 가격이 높은 기능성 제품이 일반 제품보다 이익률은 떨어지지만, 부가가치가 높으므로 절대 이익이 많이 나 수익구조가 좋아진다”고 설명했다.
◇고부가가치가 고수익을 보장하진 않는다= 문제는 고부가가치 사업이 누구에게나 짭짤한 수익을 보장해 주지는 않는다는 점. `현금`이 되는 노른자위 사업인 줄만 알고 시장에 새로 뛰어들었다가 오래 버티지 못하고 슬그머니 사업을 접어야 하는 지경에 이르는 경우도 적지않다. 대규모로 사업을 벌이지 않는 한 경영 생존에 치명타를 가하지는 않더라도, 가뜩이나 안좋은 경기 속에 적잖은 경영 부담과 체력 소모가 되는 것은 사실.
현대백화점그룹이 사업 확장과 매출 증대를 위해 선보인 퓨전 레스토랑 `휴레아`가 문을 닫은 것이나, 패션 전문업체 휴머스가 운영하던 패밀리 레스토랑 `그리즐리`가 영업을 중단한 것도 철저한 사전 검토 없이 `유행`을 따라 낯선 분야로 뛰어든 데 따른 결과로 분석된다. 좋은사람들 역시 지난해 면요리점 `누들엑스`를 선보이면서 1년 안에 20~30개 점포를 거느린 프랜차이즈 사업으로 운영한다는 야심을 내비쳤지만, 영업 부진으로 4개 점포 가운데 2개는 문을 닫고 내부적으로는 철수 가능성도 검토하고 있는 상황. 외식사업을 통한 사업 다각화보다는 전공 분야인 패션속옷 브랜드를 다각화하는 방향으로 전략을 바꾼 상태라고 회사 관계자는 설명했다.
<신경립기자 klsin@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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