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때문에 이날 시장의 관심은 지급준비율 인상 등 금리대체수단의 실현 가능성과 국내외 경제전망 등에 대한 김중수 한은 총재의 발언에 쏠렸다. 13일 금융통화위원회 정례회의에서 7개월째 기준금리를 연 3.25%로 동결한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가 대신 지급준비율 인상 가능성 내비쳤다. 경기 침체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기준금리를 올리면 부정적 파장이 큰 만큼, 부가 수단인 지급준비율을 올릴 수 있다는 얘기다.
김 총재는 이날 금리 동결 이후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지급준비율 인상 가능성과 관련, “통화정책의 기본적인 수단은 기준금리”라면서도 “단기적으로는 지급준비율이나 총액한도대출도 효과가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의 발언은 지급준비율이나 총액한도 대출 축소 등의 조치가 중장기적으로 바람직하지 않지만, 유동성 흡수를 위해 단기적으로 정책을 동원할 수 있음을 내비친 것이다.
◇김 총재 “지준율, 단기효과 있다”=김 총재는 시장에서 제기된 지준율 인상 가능성에 대해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았다. 김 총재는 “지준율을 올리면 콜 시장에서 금리상승이 유발돼 다시 유동성을 풀어야 하기 때문에 중장기적으로 금리를 대체할 수단은 없다”고 덧붙였다. 지준율을 올릴 경우 자금조달 비용이 상승하면서 초단기금리인 콜금리가 상승하고 이를 다시 기준금리 수준에 맞추기 위해 유동성을 풀어야 하기 때문에 지준율 인상 효과가 상당부분 상쇄된다는 얘기다.
한은의 한 관계자는 “지준율 인상이 단기적으로는 은행의 대출을 감소시켜 유동성 흡수 효과가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그 효과가 크지 않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시장에서는 김 총재가 경제 성장에 영향을 주지 않으면서도 물가상승을 완화시킬 수 있는 임시 수단으로 지준율 인상을 배제하지 않고 있음을 시사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물가진폭 확대ㆍ국내외 경기전망은 더 비관적==올해 경제에 대한 김 총재의 시각은 좀더 비관론적으로 기울었다. 그는 “미국 경제는 악화되지도, 좋아지지도 않고 있으며 유럽도 경기가 호전됐다고 불 수 없다”고 말했다. 현 상태로는 올해 세계경제의 향방을 예측하기 어려운 ‘시계제로’ 상황이라는 것이다.
국내 경제에 대해서는 “지난해 4ㆍ4분기 성장이 예상에 못 미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당초 한은은 4ㆍ4분기 성장률이 전년동기대비 4%, 이전 분기 대비 1%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었다.
물가전망에 대해서도 속시원한 해답을 내놓지 못했다. 김 총재는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3.3%로 예상했지만 중동정세 불안 등으로 인해 물가 전망의 진폭이 커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한마디로 변수가 너무 많아 전망 자체가 무의미하다는 얘기다.
김 총재의 이런 분석은 이날 배포된 ‘통화정책방향’에서도 여실히 확인할 수 있다. 금통위는 통화정책방향에서 ‘중기적 시계에서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물가안정목표의 중심선에서 안정되도록 하겠다’는 문구를 삽입했다. 물가상승에 단기적으로 대응하기보다는 최소 1년 이상의 기간을 두고 성장과 물가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겠다는 의지를 표현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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