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운용 수익률 악화에 골머리를 앓고 있는 보험사들이 'BBB(투자적격등급)'등급의 회사채를 매입하기 시작했다. BBB 등급은 연기금이나 보험사 같은 안정지향적 투자자가 매입할 수 있는 최저 등급 회사채로 통한다. 그만큼 보험사 등이 투자대상으로 편입하기에는 쉽지 않다.
7일 채권정보 전문사이트인 본드웹에 따르면 지난 1월 한 달 동안 보험사가 매입한 회사채 순매수 상위권에는 SH공사(AAA), 신한금융지주(AAA), 대림산업(AA-), 삼성물산(AA-), 대우조선해양(AA-) 등이 포진했다.
눈에 띄는 것은 순매수 상위 8위에 쌍용양회(BBB)가 자리했다는 점이다. 신용평가사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BBB등급은 투자적격등급의 마지노선으로 평가된다. 그 아래인 BB+, BB, BB- 등은 명칭 자체가 투자부적격등급이다. 리스크 회피 경향이 짙은 보험사가 BBB 등급의 회사채를 집중적으로 사들인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보험사의 한 관계자는 "과거에도 보험사들이 BBB 등급의 회사채를 간혹 편입한 적은 있지만 그때는 해당 회사채가 일시적인 변수로 저평가돼 있었기 때문"이라면서 "그러나 최근에 보험사들이 BBB 등급의 회사채에까지 손을 대는 것은 수익률을 높이기 위한 고육지책"이라고 말했다.
보험사들은 BBB 등급의 회사채를 사들인 것과 동시에 투자대상의 신용등급 범위도 확대했다. 지난해 10월의 경우 보험사의 회사채 순매수 상위 10위 안에는 STX조선해양(A-)을 제외한 모든 회사채 등급이 A+ 이상이었다. 반면 지난달에는 BBB(쌍용양회) 외에도 대한항공(A), 세아홀딩스(A) 등이 순매수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대형증권사의 한 채권담당 애널리스트는 "지난해 하반기까지만 해도 보험사들은 대부분 A등급 이상만 취급했지만 최근 들어선 기조에 변화가 나타나기 시작했다"며 "역마진 리스크를 조금이라도 줄이기 위해 금리경쟁력에 매달린 결과"라고 말했다.
보험사들의 이 같은 행보는 그만큼 자산운용 여건이 좋지 못하기 때문. 저금리ㆍ저성장이라는 두 올가미는 현재 보험사의 생존을 위협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012년 9월말 현재 생보업계의 운용자산 이익률은 5.06%로 금융위기 여파가 고스란히 반영된 2009년 3월 말(4.83%) 이후 가장 낮은 수준에 머물고 있다. 기준금리는 앞으로도 몇 차례 낮아질 가능성이 높아 운용자산 이익률 4%대 진입은 기정사실이 되고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현재 보험사들은 수익률을 조금이라도 높이기 위해 부동산ㆍ주식 등 대안투자처 발굴에 적극 나서고 있지만 기대만큼의 결과를 얻지 못하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BBB 등급의 회사채 매입은 앞으로도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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