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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각 걸림돌 많아 본계약 '산넘어 산'
입력2002-04-29 00:00:00
수정
2002.04.29 00:00:00
■ 하이닉스 채권단 MOU 동의하이닉스반도체의 매각 작업이 일단 큰 산을 넘을 것으로 보인다. 채권단이 일단은 마이크론테크놀로지와의 매각 양해각서(MOU)를 체결하는데 동참하는 분위기이지만, 최종 매각까지는 아직 '5부 능선'도 채 오르지 못한 상황이다.
당장 30일 또 하나의 산(하이닉스 이사회)을 넘어야 하는데다 본계약때까지 도사리고 있는 난제들이 수두룩하기 때문이다.
◇ 진통속 대세 동참
29일 채권단 전체 협의회까지 열리기 직전까지도 투신권을 비롯한 채권단의 분위기는 긴박하게 돌아갔다.
이날 오전 투신사중 두번째로 많은 채권을 갖고 있는 조흥투신이 매각 반대입장을 정하자 MOU 방안 통과에 회의적 색채가 짙게 배어 나오기도 했다.
여기에 하이닉스도 박종섭사장 명의로 ▦매각 대금 ▦우발채무 ▦잔존법인의 현금흐름 등에서 오류가 있다는 내용의 공문을 채권단에 보내는 등 전방위로 독자생존 의지를 드러낸게 일부 금융권의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치기도 했다.
공문에선 지난 26일 마이크론의 종가 26달러와 비교할 때 채권단이 이번 MOU 체결로 약 9억8,000만달러 이상의 매각대금을 과다추정하고 있다며 헐값 매각 논란에 불을 지폈다.
이 같은 반발에도 불구, 채권단이 결국 MOU 체결에 무조건 반대 입장에 서지 못한 이유는 이번 MOU가 갖는 의미때문이었다. 한 투신사 고위 관계자는 "MOU가 무조건 매각을 의미하는 것 아니지 않느냐"고 언급했다.
매각외에 마땅한 대안이 없는 상황에서 일단 시간을 벌어놓고 본협상 동안 마이크론 주가 추이를 보면서 매각 여부를 결정해도 늦지 않다는 것이다.
◇ 또 하나의 산, 하이닉스 이사회
채권단이 동의한다 해도 MOU 효력이 발생하기 위해서는 하이닉스 이사회라는 또 하나의 높은 산을 넘어야 한다. 외연상으로는 이사회도 채권단이 MOU에 동의 입장을 모은 이상 거부 입장을 밝히기는 힘들어 보인다.
채권단이 동의한 마당에 이사회가 나서서 매각을 반대할 경우 추후 유동성 문제가 발생했을 때 이사회가 모든 책임을 뒤집어써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속을 들여다보면 무조건 낙관키도 힘들다. 하이닉스는 이사회 총 인원(10명)의 70%가 사외이사다. 이들은 소액주주들의 입김에서 자유로울 수 없고, 섣불리 매각에 찬성했다가 배임행위로 소송에 몰릴 수도 있다.
MOU 내용에 대한 비판 여론이 가득한 터에 사외이사들이 쉽사리 '방울'을 달기는 힘든 상황이다. 이사회도 이래저래 딜레마에 빠진 형국이다.
◇ 본협상은 더욱 가시밭길
우여곡절끝에 MOU가 효력을 발휘해도 본협상까지 놓인 난제들은 수두룩하다. 우선 마이크론의 주가가 연일 곤두박질치고 있는게 부담이다.
MOU 체결과 동시에 D램 값과 마이크론의 주식가치가 동반 상승할 것이란 기대는 이미 물거품이 됐다. 현물시장에서 D램값은 3달러선까지 미끄러졌고, 마이크론의 주가도 주당 26달러 수준까지 수직 하락했다.
채권단은 매각 대금으로 받기로 한 마이크론의 주식을 주당 35달러로 책정했기 때문에, 현재 주가 수준을 감안하면 벌써 1조원 가량을 손해보게 됐다.
무엇보다 매각의 전제 조건인 잔존회사의 생존능력에 대한 회의론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하이닉스는 채권단의 채무재조정 계획이 잔존회사 부채 부담 능력을 2조5,000억원 이상 과다하게 추정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으며, 이는 상당히 설득력 있게 받아들여지고 있다.
여기다 소액주주의 감자 비율이 당초 예상을 웃도는 13.5대1 수준에 달함에 따라 반발 강도도 훨씬 거세질 전망.
채권단은 본계약에 앞서 CB(전환사채ㆍ2조9,000억원 규모)의 주식전환후 감자를 실시하고, 소액주주들에게는 주식매수 청구권을 주는 방법으로 반발을 누그러뜨린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사회적 분위기가 매각에 그다지 호의적이지만은 않은 상황이어서 조기에 매각의 걸림돌들을 해소해 나갈 수 있을지는 여전히 장담키 힘들다.
김영기기자
이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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