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결산기를 앞두고 자본잠식을 피하기 위한 코스닥 상장사들의 자본감소(감자)가 잇따르고 있다. 전문가들은 감자 기업 중 상당수가 부실 업체인 점을 고려해 감자 후에도 투자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하고 있다.
21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이달 들어 감자 결정을 공시한 코스닥 상장회사는 총 6곳에 이른다. 이러한 수치는 올 들어 가장 많은 것이다. 감자를 결정한 기업은 지난 4월 5개사를 기록한 후 7월까지는 감소추세를 보였지만 8월(4개사)을 기점으로 다시 증가세로 돌아섰다.
실제로 케이디씨는 20일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10주를 1주로 병합하는 감자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케이디씨의 자본금은 647억원에서 64억원으로 쪼그라들게 됐다. 앞서 17일과 18일 영진인프라와 일경산업개발도 재무구조 개선을 목적으로 각각 5주, 10주를 한 주로 통합하는 감자를 시행한다고 밝혔고 파루와 경원산업ㆍ신민상호저축은행 등도 같은 결정을 내렸다.
이처럼 코스닥시장 내 상장회사들이 앞다퉈 감자에 나서는 것은 12월 결산을 앞두고 감자를 통해 회계장부상 재무제표가 개선된 것처럼 보이게 하기 위한 것이라는 지적이다. 또 이를 통해 자본잠식에 따른 기업 이미지 추락을 막고 이후 유상증자 등 자금 조달에도 유리할 것이라는 판단을 내렸기 때문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한 코스닥시장 상장회사 기업설명(IR) 담당자는 "매년 결산기를 앞두고 여러 부실기업들이 감자를 결정하는 사례가 비일비재하게 발생하고 있다"며 "이는 자본잠식의 위험에서 벗어나고 내부 부실을 숨기기 위한 방편으로 사용되고 있기 때문" 이라고 분석했다.
한 증권사 관계자도 "반기 및 사업, 감사보고서 제출을 앞두고 진행되는 코스닥시장 상장회사의 감자 결정은 대부분 자본잠식 탈피가 대부분"이라며 "완전 자본잠식이나 2년 연속 50% 자본잠식 등은 상장폐지 사유가 되기 때문에 결산기에 맞춰 감자가 크게 늘어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연말이 다가오면서 자본잠식 등으로 증시에서 퇴출되는 것을 막기 위해 감자를 시도하는 기업이 늘어날 것이라며 투자자들도 이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지금껏 부실기업들이 자본잠식 탈출 도구 1순위로 감자를 활용해왔다는 점을 감안할 때 앞으로 코스닥시장 상장회사의 감자 시도가 늘어날 수 있다"며 "투자자들도 이러한 가능성을 감안해 투자대상을 골라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