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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살 깎기 경쟁에 와인업계 '시름시름'

대중화로 매출 늘었지만 할인 경쟁에 수익은 감소

'박리다매' 고착화 우려

"칠레산 와인인데요. 달콤해서 부담 없이 먹기 좋아요. 특별 행사 기간이라 50% 할인되니 이번에 한번 드셔 보세요."

지난 10일 서울의 한 대형마트 내 와인 매장. 프랑스·이탈리아·칠레 등 각국 와인들이 즐비한 진열대 앞에서 직원이 고객들에게 할인행사를 열심히 알리고 있다. 특히 평소보다 싼 가격, 더없이 좋은 구매 기회라는 말을 계속 강조했다. 진열된 와인에는 대부분 정가보다 30~50% 할인된 가격표가 붙었다. 가격 조건에 귀가 솔깃해진 한 손님은 결국 와인을 한 병 구매했다.

대형마트는 물론 백화점, 편의점에 이르기까지 와인 할인 행사가 잇따르고 있다. 심지어 교외 패션 아웃렛에서도 와인 행사 천지다.

와인 시장의 할인 경쟁 분위기를 바라보는 와인 수입업체들은 마음이 편치가 않다. 잇단 판촉 행사에 '연중 할인 상품'이란 딱지가 붙을까 걱정이 돼서다. 하지만 와인 업체들이 우려감을 겉으로 드러내기는 쉽지 않다. 한 와인 수입사 고위 관계자는 "자칫 할인 행사에 소홀하다가 판매량이 줄어들기라도 하면 아예 입점에서 불이익을 당할 수도 있다"고 토로했다.



업체들의 더 큰 고민은 할인 행사에 매출은 늘고 있지만 수익은 나빠지고 있다는 점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와인 수입업체 길진인터내셔날의 지난해 매출은 249억원으로 전년대비 10.2% 늘었다. 하지만 영업이익은 9억원으로 25% 감소했다. 금양인터내셔널 역시 매출액은 전년 대비 30억원 이상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무려 93%나 급감했다. 또 신동와인은 매출액(183억원)은 전년과 비슷했지만 영업이익은 23억원에서 14억원으로 악화됐고, 아영FBC는 매출액은 11% 감소했는데 영업이익은 그 두 배인 22% 뒷걸음질 쳤다.

업계의 또 다른 관계자는 "겉으로 보기엔 장사를 잘 한 것 같아도 와인 수입업체들이 수익을 제대로 챙기지 못하는 건 와인 시장에 할인 경쟁이 깊이 뿌리내렸기 때문"이라며 "박리다매 구조가 고착화하면서 와인 시장이 '황금알을 낳는 거위'라는 말은 이제 옛말이 됐다"고 답답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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