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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부실대출 막으려면(사설)
입력1997-02-10 00:00:00
수정
1997.02.10 00:00:00
한보철강의 부도로 그렇잖아도 어려운 우리 경제가 더욱 곤경에 빠지고 있다. 한보의 협력업체뿐만 아니라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업체들마저 부도위기에 몰리고 있다.천문학적인 액수의 돈을 대책없이 빌려준 은행들의 행태는 국민적인 지탄을 받아 마땅하다. 서민대출에 그처럼 까다롭던 은행들이 어떻게 한보와 같은 부실하고 방만한 기업에 5조원이 넘는 돈을 쓸어부었는지 말문이 막힌다.
은행 단독의 결정이 아니라 외압이 작용했기 때문이라고는 하지만 부실채권으로 그토록 비판과 시련을 당하고도 은행들이 정신을 못 차리고 이같은 실수를 저지른데 대해 분노를 금할 수 없다. 부실채권으로 이제 은행들은 스스로의 생존마저 위협받는 지경에 이르렀다.
○사후감시에 철저해야
일반적으로 부실채권은 은행이 일정금액의 손실을 보는 것이 불가피하다고 결정내린 대출을 의미한다. 부실채권은 주로 불건전한 대출관행, 방만한 은행경영, 대출 편중으로 인한 위험가중, 대출에 대한 감독소홀 등으로 발생한다. 즉, 은행들은 전통적으로 대출의 부실화를 막기 위해 주로 엄격한 대출요건만을 챙겨왔는데 이는 대출 후 차입자의 여건 악화에 대한 감시가 소홀해지는 결과를 낳았다. 대출의 부실화는 동적인 성격을 지닌 것으로 대출공여단계, 지불이행단계, 지불불이행단계, 대출손실단계 등 어느 단계에서도 발생할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대출의 부실화를 막기 위한 첫 단계는 차입자의 신용도 추이를 철저히 심사하는 것이다. 즉, 대출담당자는 시설자금이나 운영자금 대출시 차입자의 지불능력을 확인할 수 있는 서류를 수집하고 채무상환의 성실도를 분석해야 하며 지불불이행에 대한 대책들을 사전에 고려해야 한다. 특히 이때 은행 담당자가 유의해야 할 점은 차입자가 운영하는 생산시설에 대한 현장확인이다. 대출담당자들의 가장 취약한 부분은 현장확인이다. 그들은 차입자가 준비해온 서류만으로 책상에서 신용평가를 해왔는데 이제는 발로 뛰어 눈으로 확인하는 평가를 해야 한다.
○현장확인 신용평가 필수적
생산은 제대로 하는지, 생산현장에 활기는 있는지, 시설이 낙후되진 않았는지 등을 확인해야 한다. 현장확인에서 빼놓아선 안될 것은 차입자에 대한 차입자고객으로부터의 평가다. 차입자가 생산해 내는 제품이나 서비스에 대한 고객의 의견을 듣는 일이다. 고객이 차입자의 산출물에 만족하고 있으면 차입자의 성공 가능성은 높다고 할 것이다.
둘째, 대출 이후 차입자의 자산구조변동에 따라 부실대출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으므로 이의 징후를 미리 포착하고 대처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차입자에 대한 신용 및 재무상태에 관한 정보, 현금흐름의 추이와 담보가치에 대한 정기적인 재평가 등이 지속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특히 대출종류에 따른 차입자의 성향과 개인적 특성도 중요 고려사항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셋째, 대출 결정시 차입자에 대한 통상적인 재무분석뿐만 아니라 장기적인 성장성, 종업원에 대한 교육훈련 정도, 경영자의 지역사회에 대한 기여도 및 자질 등을 평가해 반영하는 것이다. 이런 방법은 일본은행들이 많이 사용하고 있는데 대출결정에 장기적인 기업경영관을 강조하고 있으며 신제품개발과 시설개선에 관한 장기계획을 특히 중시한다.
○기본수칙 무시된 한보사건
넷째, 대출위험이 큰 영세기업들에 대출하는 경우 기업주의 개인적 신용배경과 사업의 재무적 성과를 동시에 분석해야 한다. 또한 대출을 관리하면서 영세기업이 건실한 사업계획을 입안할 수 있게 조언하는 한편 재무정보 및 기업에 대한 교육과 자문 서비스를 패키지로 제공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한보사건에서 우리의 은행들은 이같은 기본수칙 중 한가지도 제대로 지키지 않았다. 이중 하나만이라도 제대로 지켰다면 오늘의 사고는 미리 막을 수 있었을 것이다. 현장확인은 고사하고 가져오는 서류만이라도 제대로 챙겼더라면 2억원도 안되는 아파트를 15회에 걸쳐 중복담보로 잡고 1천5백억원을 대출해주는 난센스는 저지르지 않았을 것이다.우리 은행들의 업무 중 도매금융이 차지하는 비중은 지대하다. 그럼에도 이로부터 벌어들이는 이익보다 부실로 인한 손실이 더 큰 편이다. 한보의 부도사태를 거울 삼아 이제부터는 우리 은행들도 자세를 가다듬고 건전한 대출관행을 쌓아가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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