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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재 보존 미국의 고민(해외과학가 산책)

인간은 돌에 새겨진 기록을 보고 아득한 과거를 기억해내고 돌에 기록을 남겨 먼 미래에 현재를 기억하고 싶어한다. 돌은 기억을 남기는 가장 좋은 재료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시간의 횡포 앞에 영원한 것은 없다. 돌도 시간의 침식 앞에 굴복한다. 오랜 세월동안 풍상을 맞으면 돌에 새긴 조각도 무디어지고 석상도 먼지로 부스러진다.돌로 만들어진 문화재는 대부분 석회석과 대리석으로 되어있다. 석회석과 대리석은 주성분이 탄산칼슘이어서 보존하기 어려운 재료들이다. 석회석은 거칠고 구멍이 많아 물을 흡수하기 때문에 부서지기 쉽다. 대리석은 석회석이 깊은 땅 속에서 높은 압력과 열을 받아 변형된 것이기 때문에 조직이 치밀하고 표면을 부드럽고 윤택있게 마무리하기 쉽다. 석상을 파괴하는 것은 해와 비와 바람이다. 곧 낮과 밤의 기온 차이나 바람의 침식은 물론 석상에 묻은 빗물이 얼고 녹으면서 표면이 팽창하고 응축하는 과정을 되풀이하면서 석상은 서서히 부서진다. 특히 최근들어 악명을 떨치고 있는 산성비는 여러가지 성분의 화학물질로 석상을 오염시키기 때문에 석상의 수명을 크게 단축시킨다. 산성비에 포함되어 있는 화학물질이 돌과 반응하여 만드는 소금 결정은 껍질처럼 벗겨지면서 석상의 표면을 가루로 만들어 버린다. 석회석과 대리석의 가장 큰 적은 마른 상태에서 표면에 석고 성분이 생기는 건식 침전이다. 대기오염 기체 가운데 이산화황은 석회석이나 대리석의 탄산칼슘과 반응하여 표면에 물기를 머금은, 희고 퍼석퍼석한 석고 성분을 만들어낸다. 이 현상은 기온이 낮은 밤에 잘 일어나며 비가 내리지 않을 때 더 심하다. 미국 뉴욕 메트로폴리턴 박물관의 조지 휠러 박사팀은 몇년 전 워싱턴 D.C에 있는 링컨 기념관의 대리석 벽을 조사한 결과 곳곳에 석고 성분이 드러났으며 비를 전혀 맞지 않는 천장 안쪽이 심각한 상태인 것을 발견했다. 이에 휠러 박사팀은 샌디아 국립연구소의 제프리 브린커 박사팀과 공동으로 최근 알콕시실란이라는 무기물질로 석상의 표면을 강화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알콜시실란은 아크릴 수지처럼 햇볕에 바래지 않아 돌의 표면을 강화하는 재료로 지난 60년대부터 관심을 끌어왔다. 그러나 알콕시실란은 석회석에는 잘 달라붙지 않아 몇달만에 벗겨지는게 단점이다. 휠러­브린커 박사팀은 알콕시실란이 같은 종류의 규산염으로 되어있는 사암에는 매우 강한 접착력을 보이는 것을 발견, 알콕시실란이 사암과 반응하는 분자구조를 연구하여 컴퓨터 시뮬레이션으로 3가지 후보물질을 골라냈다. 그들은 탄산칼슘 가루에 이들 후보물질을 씌워 약한 산에 녹인 뒤 알콕시실란을 섞은 AEAPS라는 화합을 제조, 실험한 결과 1백년은 충분히 견딜 수 있을 것으로 평가했다. 이 화합물은 방수성과 통풍성이 뛰어나 석상을 보존하는데 우수한 특성을 나타냈다. 휠러­브린커 박사팀은 돌도 숨을 쉰다고 생각하고 화합물의 통풍성까지 고려하고 인공 광택이 나지 않으면서 돌의 결을 살리는 세심한 배려를 기울였지만 정작 이 화합물을 실제로 적용하는데는 주저하고 있다. 문화재는 자연 그대로 두고 보호하는 것이 최선이지 첨단 화합물질을 바르는 것이 진정한 보존방법일 수 없다는 고민 때문이다. 문화재에 대한 미국 과학자들의 탁월한 가치관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비가 샌다고 경주 석굴암 천장에 시멘트를 발라버리는 한국의 문화재 당국자는 무엇을 배워야 할까.<워싱턴=허영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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