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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사 과열경쟁 '치킨게임'…당국은"대란 막자" 칼 빼들어

[카드전쟁]시장은 줄어드는데 외형 키우기 심화<br>"유럽發 위기는 毒" 막대한 당기순익도 당국 옥죄기 명분


전업계 카드사의 한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기자와 만나 "치킨게임을 하는 듯하다. 차라리 우리라도 게임을 그만둬야 할 듯하다"고 토로했다. 카드회사 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카드업체들이 흡사 '외줄타기'를 하는 것처럼 앞만 바라보는 과열 상황으로 흐르고 있다는 뜻이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는 가계부채 대책을 카드시장의 연착륙과 결부시키면서 시장을 옥죄고 있고 쪼그라드는 시장을 차지하기 위해 또 다른 과열경쟁이 벌어지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는 뜻이다. 여기에 '탐욕의 상징'이 되면서 가맹점은 물론 대기업까지 수수료 인하를 요구하고 나서면서 "장사 못해먹겠다(A카드 사장)"는 소리까지 나왔다. 과열경쟁과 이를 막는 정부의 규제와 수수료를 낮추라는 압박, 여기에서 살아남기 위한 카드사들의 생존게임이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과열 지속되는 실적경쟁…카드대란 연상=카드사 간 실적경쟁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금융당국이 길거리 모집, 불법 리베이트 제공 등을 근절하기 위해 강력 제재에 나서고 있지만 불법행위는 끊이지 않고 있다. 여러 지표만 놓고 보면 지난 2002~2003년 카드대란 직전 상황을 연상케 한다. 대표적인 게 카드발급 수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올 상반기까지 발급된 신용카드 수는 총 1억2,230만장으로 지난해 말보다 570만장 증가했다. 올 들어 6개월 만에 국민 9명 가운데 1명이 신용카드를 1장씩 더 갖게 된 셈이다. 카드대란이 절정에 이르기 직전인 2002년 말과 비교하면 1,750만장이 늘어난 수치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외형만 놓고 보면 카드대란 직전을 떠올리게 할 정도로 팽창속도가 빠르다"고 지적했다. 물론 정부와 카드업계는 연체율이나 고정이하여신비율 등 건전성 지표가 카드대란 당시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양호하다는 점을 내세워 재발 가능성을 일축한다. 그러나 과도한 실적경쟁은 또 다른 위기의 징조라는 분석도 적지 않다. 2003년의 경우에도 카드사들의 무분별한 신용카드 발급이 문제의 시발점이 됐다. 유럽발 위기로 금융시장 경색이 심해지는 상황에서 현재의 외형경쟁이 위기의 독으로 자라날 수 있다는 뜻이다. 또 다른 문제는 카드사 간 실적경쟁이 미래진행형으로 나타날 것이라는 점이다. 재벌계 카드사의 경쟁이 격화되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삼성ㆍ현대카드가 숫자 마케팅을 두고 벌이는 신경전이나 재벌계 카드사가 계열사 물량을 통한 외형확대를 꾀하는 것도 결국 같은 맥락이다. 비재벌계 카드사들 역시 경쟁의 대열에서 이탈하지 않기 위해 과열의 늪에 빠져들 수밖에 없는 형국이다. 카드시장 신규진입을 노리는 사업자들도 과당경쟁을 유발하는 잠재적 동인이다. 가깝게는 우체국이 체크카드 출시를 앞두고 있고 산업은행 역시 체크카드 사업확대를 노리고 있다. 또 우리ㆍNHㆍ외환카드 등이 분사를 꾀하고 있다. 대형 카드사의 한 고위임원은 "시장이 레드오션이 된다 해도 앉아서 당할 수 없는 게 이윤을 추구해야 하는 기업의 숙명"이라며 "당국은 과열을 우려하지만 기업으로서는 어쩔 수 없이 해야 할 일"이라고 말했다. ◇당국, 위기의 싹 자르기 위한 전쟁 나섰지만…=당국은 줄기차게 카드사 옥죄기에 나서고 있다. 카드사의 건전성이 크게 개선된 점은 인정하지만 과당경쟁 가능성이 눈앞에 보이기 때문에 미리 손을 써서라도 '제2의 카드대란' 발발을 막자는 것이다. 올 들어 내놓은 카드사 규제를 보면 이러한 의도가 확인된다. 핵심은 카드사 간 과당경쟁을 막자는 것이다. 금융당국은 레버리지와 외화차입을 규제해 부실 가능성을 사전에 방지하도록 했고 공정거래위원회는 카드사 간 수수료 담합 조사에 나섰다. 더욱이 카드사들은 막대한 이익을 내고 있다. 카드사들은 2009년 1조8,642억원의 당기순이익을 낸 데 이어 2010년에는 2조7,217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다. 금융가의 탐욕 문제가 사회적 쟁점으로 대두된 상황에서 카드사가 큰 수익을 내자 의도하지 않게 규제의 명분을 제공한 셈이다. 한편으로는 카드사가 가계부채 증가에 일정 부분 역할을 했다는 점에서 책임론이 불거진다. 권혁세 금감원장은 29일 "자격이 안 되는 사람들에게 신용카드를 발급하는 것을 엄격히 규제하겠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의 한 관계자는 "역사적으로 볼 때 금융위기는 뚜렷한 징후 없이 갑작스럽게 찾아온 경우가 많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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