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은 올 한 해를 ‘비철금속주 재발견의 해’로 꼽는다. 대형 철강주에 가려 주목받지 못했지만 상품가격 강세에 힘입어 사상 최대의 실적 행진을 벌이며 올해 내내 주가의 상승세를 이어갔기 때문이다. 특히 비철금속주의 상승세는 내년에도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구리, 은, 아연 등 비철금속 가격이 강세를 지속할 것으로 예상되는 데다 업체들이 공장증설 등을 통해 생산성을 높이고 있기 때문이다. 1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은, 구리 등 비철금속의 가격 강세가 내년까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면서 풍산, 고려아연 등 비철금속주 주가도 내년까지 안정적인 주가 흐름을 보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동, 아연 등 베이스메탈 가격은 중국 등 이머징 마켓의 경기성장과 미국의 경기회복으로 수요가 늘면서 상승세를 이어갈 전망이다. 특히 IT, 자동차 생산증가로 비철금속 수요는 성장 국면에 진입한 상태다. 여기에 달러화 위상 변화로 달러화를 대체하는 안전자산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지면서 금, 은 등 귀금속류의 가격도 장기적으로 강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됐다. 김경중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르면 내년 하반기 미국 경기가 점진적으로 회복하면서 수요가 안정적인 성장국면을 이어갈 것”이라며 “달러 약세가 완화되면서 투기적인 수요감소로 일시적인 약세를 보일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비철금속류가 높은 가격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철강ㆍ비철업종의 경우 원자재 가격을 제품 가격에 100% 반영할 수 있는 구조라는 점이 장점이다. 하종혁 KTB증권 연구원은 “고려아연 등 비철금속 업체들은 핵심 원재료 가격 상승분을 제품 가격에 100% 전가할 수 있고 제품 가격이 국제시세(LMEㆍLondon Metal Exchange)로 결정되는 만큼 인플레이션 시기에 수혜를 입을 수 있는 사업구조를 가지고 있다”며 “금속가격 상승은 곧바로 수익성 상승으로 연결된다”고 주장했다. 비철금속류의 공급이 원활하지 못하다는 점 역시 가격 강세를 전망하는 근거다. 메리츠종금증권에 따르면 공급 차질로 9월말 대비 아연과 연 가격은 각각 17.9%, 14.8% 상승했다. 신윤식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중국, 인도 등 일부 제련소가 생산차질을 빚으면서 아연과 연 가격이 강세를 보이고 있다”며 “중국 정부가 환경 기준을 강화하고 에너지 절감을 위해 전기공급을 중단하면서 공급차질이 상당기간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최근 증권사들이 잇따라 추천주로 꼽고 있는 고려아연과 풍산은 비철금속업계의 대표주자다. 고려아연과 풍산의 주가는 연초 대비 각각 44.85%, 113.19% 올라 투자자로서는 가격 부담을 느낄 수 있지만 내년까지 이어질 실적모멘텀을 고려한다면 밸류에이션 부담은 크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고려아연은 금, 은 가격 강세, 풍산은 구리 가격 강세에 힘 입어 성장성을 이어나갈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됐다. 고려아연은 2,000여억원을 투자해 아연 전해 설비, 연정련 및 귀금속 공장(TSL) 등을 증설 중이며 내년부터 가동에 들어가면서 생산성 향상도 본격화될 전망이다. 업계에 따르면 설비 보강으로 은 생산능력은 명목상 23만톤에서 25만톤으로, 은 부산물 생산은 1,200톤에서 2,000톤으로 증가한다. 또 추가적인 생산시설 개수 등으로 아연 생산능력도 45만톤에서 50만톤, 동 생산능력도 2만톤에서 2만5,000톤으로 증대될 것으로 기대됐다. 최문선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내년도 전세계 공급률을 분석한 결과 동 등 일부 비철금속류의 공급부족이 예상된다”며 “최근 중국 등에서 비철금속 수요가 증가하고 있는 만큼 고려아연의 생산 능력 확대는 수출 증가로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달러화 대비 원화 강세가 금속 가격 상승에 따른 수익 증가분을 반감할 수 있어 다소 부담이 될 수 있는 요소로 지적된다. 하지만 비철금속 업체들의 실적이 견고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는데다 글로벌 비철금속 시장에서 비철금속 업체들의 경쟁사로 꼽히는 중국ㆍ일본업체들도 위안화, 엔화 강세에 따른 수익 반감 효과를 겪고 있는 만큼 현재까지 환율 부담은 크지 않은 상태다. 김종재 키움증권 연구원은 “비철금속 업체들은 원화, 위안화, 엔화의 상대 강도에 따라 수출 및 내수에서 경쟁력 우위가 결정된다”며 “원화의 강세전환이 큰 부담 요인이지만 위안화와 엔화가 동시에 강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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