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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계산업에도 '女風' 분다

"안정된 직장 매력" 직업전문학교 졸업생 3년새 두배로<br>반도체 표면처리·도금등 진출분야도 다양

한국기계산업진흥회 직업전문학교의 반도체표면처리과 여학생들이 도금두께측정기를 통해 반도체 두께를 재어보고 있다.

"열심히 노력해서 생산현장 관리자까지 승진하고, 사내전문대학 다니면서 공부도 할거에요" 경기도 남양주 진건고 졸업을 앞둔 한연정(18) 학생은 부푼 마음으로 연말을 맞이하고 있다. 최근 천안 반도체단지에 위치한 반도체제조회사 하나마이크론 최종면접에 합격했기 때문이다. 인문계고등학교를 다니면서 학교수업에 흥미를 느끼지 못하던 그에게 취업의 기회를 열어준 것은 한국기계산업진흥회 직업전문학교였다. 그는 "대학에 가고 싶지만 점수 때문에 비인기 전문대학 밖에 갈 수가 없었다"며 "1년만 열심히 교육 받으면 대기업 수준의 임금과 복지시설을 갖춘 반도체회사를 다닐 수 있다고 해서 이 길을 선택했다"고 말했다. 남성의 영역으로 여겨지던 기계산업으로의 여성 신규진출이 활발해지고 있다. 20일 한국기계산업진흥회에 따르면 올해 진흥회 산하 직업전문학교 정부위탁교육 졸업을 앞둔 337명 가운데 15.7%인 53명이 여학생인 것으로 집계됐다. 기계전문학교가 여학생을 모집한 것은 3년 밖에 안됐지만, 여학생 수는 빠르게 증가하는 추세다. 지난 2005년 처음 여학생을 모집했을 때는 28명(전체모집인원대비 9.3%)에 불과했지만, 2007년에는 53명으로 두 배 가까이 늘었다. 이완규 생활지도팀장은 "여학생들은 졸업 후에도 후배들을 위해 세탁기를 기증하겠다고 연락해오는 등 애정이 남다르다"며 "지금까지 남학생 기숙사 일부를 써왔지만, 여학생수가 계속 늘어나면 기숙사를 따로 지어야 하지 않나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졸업한 여학생들의 진출분야는 반도체표면처리, 전기도금, 전산응용가공, 선반 등으로 다양하다. 김진희 직업전문학교 원장은 "기계분야 특성상 여성의 참여가 미진했지만, 여성에 대한 업계의 수요가 점차 증가하면서 여학생을 뽑는 비중도 늘릴 계획"이라며 "특히 지난해에 신설한 반도체표면처리과의 경우 졸업을 앞둔 여학생들을 서로 확보하려고 업체간 경쟁이 치열하다"고 말했다. 반도체 제조공정의 경우 육체적 힘이 필요하지 않아 다른 분야보다 여학생들의 진출이 더 활발하다는 설명이다. 고용자 입장에선 군 입대에 따른 공백을 걱정하지 않는 것도 장점이다. 현재 기계업종은 기계ㆍ전자ㆍ자동차ㆍ조선ㆍ화학ㆍ섬유ㆍ반도체ㆍ철강 등 8대 기간사업 가운데 인력부족률이 9.6%로 가장 높은 분야다. 최근 여학생들의 기계부문 진출이 증가하는 것에 고무 받은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김동철 교육팀장은 "기계부문은 서비스업에 비해 힘들다는 인식 때문에 기술인력 공동화 현상이 우려된다"며 "하지만 기계는 모든 업종에 반드시 필요한 분야로, 기능을 습득해 자격증을 취득해두면 서비스보다 오래 안정된 직장생활을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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