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닥 다지기냐, 아니면 추가 매도를 위한 음모냐.” 외국인이 23일 사상 네번째로 많은 주식을 내다팔면서 선물에 대해서는 대거 매수해 그 의도에 대해 궁금증이 증폭되고 있다. 외국인들은 이날일 유가증권시장에서 무려 6,406억원 어치의 주식을 팔아치워 10일 연속 순매도 행진을 이어갔다. 이날 쏟아져 나온 외국인 매도 규모는 지난 4월27일 이후 역대 4번째로 많은 수준. 지난 22일 외국인 ‘팔자세’가 주춤해진 데 따른 시장의 기대를 순식간에 꺾어 놓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이날 선물시장에서는 외국인들이 대거 매수세로 돌아섰다. 지난 사흘간 현ㆍ선물 동반매도에 나섰던 외국인은 이날 선물시장에서 무려 7,467계약을 사들여 주식시장과 대조적인 모습을 보였다. 이날 순매수는 지난 3월31일 8,600여계약을 사들인 이래 최대 규모다. 외국인의 공격적인 선물 매수로 이날 현ㆍ선물 가격차이를 나타내는 시장 베이시스는 선물이 현물가격보다 높은 콘탱고를 나타냈고, 이의 영향으로 증시에는 5,373억원에 달하는 대규모의 프로그램 순매수가 유발돼 낙폭을 줄이는 브레이크 역할을 했다. 단순히 증시의 앞날을 미리 보여주는 선물시장의 외국인 매매동향만 보면 단기적으로 증시가 반등할 가능성이 있다는 ‘청신호’가 된다. 김현태 대우증권 애널리스트도 “지수가 올들어 지지선인 1,300에 근접한 상태인 만큼, 시장이 바닥권에 접근한 것으로 본다”며 “더 이상 신규 매도여력이 없는 외국인이 환매를 통해 여력을 갖춘 다음 한두 차례 더 매도에 나서겠지만, 기존 매도포지션을 모두 청산하면 신규 매수로 방향을 틀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상당수 시장 전문가들은 외국인들의 선물 매수를 마냥 반기지 못하는 분위기다. 선물 매수는 지금까지의 매도포지션 청산으로 차익을 노리는 것일 뿐이어서, 증시 반등을 알리는 조짐이라고 낙관하기엔 시기상조라는 것. 나아가 시장 일부에서는 이날 외국인들의 선물 매수가 프로그램 매수를 일으켜 주가를 떠받친 이후 주식을 추가로 팔아치우기 위한 포석일 수 있다는 ‘음모론’도 제기되고 있다. 최창규 우리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이날 선물 매수는 외국인들이 180대 초반에서 일으켰던 매도 포지션을 청산한 것에 불과하다”며 “이와 동시에 현물을 같은 규모로 팔아치우는 것을 보면 선물 매수는 프로그램 매수를 유입시켜 현물을 팔아도 주가를 떠받치는 역할을 하는데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최 애널리스트에 따르면 외국인 선물 매수로 시장 베이시스가 0.1포인트 높아지면 프로그램 매수 1,000억원 어치가 유입되는 효과가 있다. 양경식 대신증권 투자전략팀장도 “낙관적으로 보면 주식은 이제 다 팔았으니, 선물을 사들여 시장 방향을 돌리고 있는 것으로 풀이할 수도 있지만 방향을 예단하기 쉽지 않다”며“지금은 현물 매도에 의미를 둬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주가지수가 최고점을 찍은 지난 5월11일에도 외국인은 주식을 3,000억원 이상 팔고 선물을 6,000계약 이상 사들였지만, 이튿날부터는 선물 매도로 포지션을 완전히 바꿨고 주가지수도 폭락하기 시작했다는 것. 전균 삼성증권 애널리스트는 “의도가 무엇이든, 갑작스런 외국인들의 선물 매수는 다분히 의도적”이라며 “지금 증시는 선물에 뒤흔들리는 ‘왝더독’이 아니라 외국인이 움켜쥔 개목거리에 얽매인 형국”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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