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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의 동반성장 노력에 대한 평가를 매출 1,000억원 이상의 협력업체 배출 수로 바라보는 것이 현실적인 대안이 될 수 있습니다."
최근 '고용 없는 성장과 응원석 경제'라는 책을 펴낸 박웅서(사진) 전 삼성경제연구원 사장은 18일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직접 고용인원만을 가지고 대기업 고용을 논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며 이같이 말했다.
삼성석유화학 사장 등을 지낸 박 전 사장은 이 책을 쓴 이유에 대해 대기업들의 고용 없는 성장을 바라보는 외부 시각의 문제점을 바로잡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삼성 등 대기업들은 지난 20~30년간 엄청난 매출 성장 등을 경험했지만 고용인원 수 증가는 과거에 비해 2~3배에 지나지 않는다"며 "그러나 이 문제를 두고 대기업들을 비판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박 전 사장은 "대기업들의 고용인원이 과거에 비해 2~3배밖에 늘어나지 않은 것은 협력업체와 일을 분담하면서 강한 협력업체를 키웠기 때문"이라며 "직접 고용인원만을 가지고 대기업 고용을 논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박 전 사장은 책에서 고용 없는 성장의 해법을 대기업보다는 비교역재 시장 육성을 통해 뚫고 나가야 한다고 제안했다. 대기업에 고용인원을 늘리라고 주문하는 것보다 수출과 수입이 어려운 발전 분야에서 적정한 이윤을 보장해주고 민간기업의 참여를 독려하는 것이야말로 대안이 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대표적인 분야는 의료와 발전ㆍ교육 등의 시장이다.
박 전 사장은 이와 관련, "발전 분야를 민간에 개방할 경우 일정 부분의 가격 상승은 뒤따르겠지만 고용인원이 늘어나게 된다"며 "이렇게 되면 전력 부족 현상도 없어지지 않겠느냐"고 되물었다. 의료 분야 역시 과감한 투자와 민간 부문을 활성화시킨다면 해외에서도 한국의 의료 서비를 받기 위해 지금보다 더 많은 외국인이 올 것이라는 게 그의 분석이다.
그렇다면 책 제목의 '응원석 경제'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그는 "대기업들은 권투장 링 안에서 생존경쟁을 치르는 권투선수와 같고 권투선수는 다름아닌 대기업"이라고 전제한 뒤 "링 밖 응원석에서 응원하는 응원꾼은 정부와 국민 등 나머지 경제주체"라고 설명했다. 결국 정부와 국민은 대기업들이 링(세계 무대)에서 열심히 싸울 때 응원을 해주고 지원을 해줘야 한다는 말을 에둘러 표현한 셈이다. 그는 이에 대해 "아직도 정부 관료들이 시장을 보완해주는 데 자신의 역할에 만족하는 것이 아니라 기업과 시장을 지배하려는 모습이 보인다"며 "관료들도 기업들이 해외 무대에서 열심히 싸울 때 든든한 지원군이 돼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박 전 사장은 서울대를 졸업한 뒤 한국은행 이코노미스트를 지낸 후 피츠버그대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이후 국제경제연구원 연구실장과 이병철 삼성그룹 회장 고문, 삼성석유화학 사장, 삼성경제연구소장 등을 지낸 뒤 세종대 교수로 재직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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