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말레이시아] 제2 금융대전
입력1999-08-30 00:00:00
수정
1999.08.30 00:00:00
지난 1년간 사실상 모라토리엄(대외채무 지급불이행)과 다름없는 규제에 묶여 있던 외국자본들은 통제가 풀리는 순간 말레이시아를 떠날 채비를 차리고 있다. 이에 대해 마하티르 총리는 연금기금과 중앙은행이 보유한 외환으로 자본이탈의 공백을 메우겠다는 작전을 세워놓고 있다.뉴욕 월가의 분위기는 마하티르의 「자본통제(CAPITAL CONTROL)」를 응징해야 한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이머징 마켓 펀드의 대부로 알려진 템플턴 펀드의 매니저 마크 모비어스씨는 최근 월 스트리트 저널지와의 인터뷰에서 『모두 빠져나갈 경우 (말레이시아에) 무슨 일이 벌어질지 걱정된다』고 말했다.
말레이시아의 자본통제는 1년이 되는 9월1일로 만료되고, 마하티르 정부는 그동안 실시해온 출국세를 이날자로 완전 해제할 것임을 천명했다. 마하티르 정부는 지난 1년 동안 말레이시아를 빠져나가는 단기자본에 대해 30%의 출국세를 물리겠다고 발표했으며 지난 6월에는 세율을 10%로 낮추었다. 그러나 약속대로 9월1일부터 외국자본은 세금을 한푼도 물지 않고 말레이시아를 떠날 수 있다.
비즈니스 위크지는 한 증권회사의 조사를 인용, (외국) 펀드 매니저의 4분의1이 9월1일 이후에 말레이시아를 떠날 것이라고 보도했다. 증권회사들은 대략 26억달러 정도의 자금이 다음달 초 말레이시아를 떠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동안 말레이시아 증권시장에 투자됐던 많은 외국자금이 이미 은행계좌로 옮겨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증시에서 바로 돈을 빼돌리기보다는 은행을 통하는 게 안전하다는 계산이다. 말레이시아에 투자됐던 자금이 일시적으로 빠져나갈 경우 콸라룸푸르 증시는 폭락하고 현지 통화인 링기트화도 하락한다. 이렇게 되면 내년 6월 이전으로 예정돼 있는 말레이시아 총선에서 마하티르의 집권당이 큰 손해를 보게 된다.
물론 말레이시아에 남겠다는 투자자도 있다. 매튜스 펀드의 마크 히들리씨는 마하티르가 퇴진할 경우 상황이 좋아질 수도 있다며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많은 외국투자가들은 9월 이후 외국투자가들이 탈출할 경우 말레이시아가 다시 발목을 잡을 가능성에 대해 두려워하고 있다.
말레이시아 정부도 만만치 않다. 380억달러에 해당하는 연금기금을 총동원, 외국투자가들이 빠져나간 공백을 메워 증시를 부양할 태세다. 외환보유액도 320억달러나 된다. 자본시장 개방으로 경제를 회복시킨 한국의 김대중(金大中) 정부와 다른 길을 걸어 주목을 끈 마하티르 정부에 대한 심판도 결국은 외국자본의 향배에 맡겨지게 됐다.
뉴욕=김인영특파원INKIM@SED.CO.KR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