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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셋플러스] 지금 글로벌마켓은 / 여전히 불안한 일본 경제

증시·경기 회복 지렛대인 엔저, 지속될지 의문

이하연 대신증권 글로벌마켓전략실 연구원

수출 회복세 유지하려면 엔·달러 환율 상승 필요하지만

오히려 경제 펀더멘털 취약 우려… 일본은행, 추가 양적완화 쉽잖아

기업 자국내 투자 확대와 임금 인상 유인책도 마땅찮아

미약한 성장 흐름 이어질 듯


최근 닛케이지수가 연일 최고치를 갈아치우자 일본 증시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그리스의 정정 불안과 글로벌 경기 회복 지연에 대한 우려 속에도 일본 증시는 비교적 견조한 모습이다.

일본 증시의 상승세는 엔화 약세에 따른 기업 실적 개선 영향이 가장 큰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10월 일본은행의 추가 양적완화정책 발표로 엔·달러 환율이 급등해 수출 기업의 평가 이익 확대에 긍정적인 역할을 한 것이다.

환율 변동을 수출품 가격에 반영하면서 부진했던 일본 수출도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12월 이후 일본 수출은 2개월 연속 두자릿수 증가율을 기록했다. 특히 올 1월 수출은 대 중국 수출이 20.8% 증가한 가운데 대 아세안(ASEAN) 수출과 대 미국 수출도 각각 22.8%와 16.5%씩 늘어나 지역별로 고르게 성장했다.

엔화 기준 수출액뿐 아니라 수출 물량도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는 점은 분명 일본 경제 회복에 긍정적인 부분이다. 1월 산업생산 역시 시장 예상치를 넘어서며 전월 대비 4.0% 증가했다. 앞으로 글로벌 경기 회복 속도가 빨라지면서 일본 수출품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면 일본 경제는 대외 부문을 중심으로 회복 기조를 이어갈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일본 증시와 경기 회복의 주요 변수가 '엔저'라는 점은 여전히 우려되는 부분이다. 최근 엔·달러 환율 상승세는 다소 주춤해 보이지만 전년 동월 대비로는 여전히 10% 이상의 상승세가 유지되고 있다. 환율 외에 뚜렷한 성장 동력이 없는 일본 기업이 높은 수익성을 유지하기 위해선 꾸준한 엔·달러 환율 상승이 필요한 셈이다.



현실적으로 지금과 같은 속도로 엔저가 앞으로도 계속 진행될 가능성은 낮다. 무엇보다 일본은행의 추가 양적완화 시행이 쉽지 않아 보인다. 일본의 소비자물가상승률이 일본은행의 목표 수준에 미치지 못하고 있지만, 대규모 양적완화가 이어지면서 일본은행의 추가 국채 매입 여지가 크지 않기 때문이다. 지난 1월20일 역대 최저 수준인 0.1%대까지 떨어진 일본 국채 10년물 금리는 국채시장 유동성 우려로 입찰 부진이 이어져 2월 중순에는 0.4%대까지 상승했다. 이는 일본은행의 금융 완화 지속 여부에 대한 우려로 이어지며 엔·달러 환율 하락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일본 정부도 "지속적인 엔저가 오히려 일본 경제의 펀더멘털을 취약하게 할 수 있다"며 당분간 추가 양적완화가 필요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일본 정부는 급격한 엔저에 따른 수입물가 상승이 일본 내수 회복 지연으로 이어지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

최근 일본은행은 소비세 인상 여파에서 점차 회복되고 있다고 밝혔지만, 내수 회복세는 여전히 미약하다. 2000년대 초반까지 국내총생산(GDP)을 웃돌던 내수 비중은 꾸준히 축소되고 있다. 지난해 4·4분기 일본 경제는 역성장에서 벗어나긴 했지만, 민간소비와 설비투자는 전 분기 대비 각각 0.3%와 0.1% 증가에 그쳤고 건설투자는 감소세가 지속되고 있다.

일본 경제가 본격적인 경기 선순환에 진입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내수 회복이 필요하다. 기업들의 일본 내 투자 확대와 임금 인상이 시급한 이유다. 지난해 3·4분기 말 일본 기업은 역대 최고 수준의 유보금을 쌓았지만 자국 내 경제 활동에는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앞으로 기업의 투자를 가늠할 수 있는 기계수주는 올 1·4분기에도 감소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여 일본 기업의 자국 내 투자가 늘어날 가능성은 크지 않다.

정부의 임금 인상 촉구에도 급여증가율은 여전히 미약하다. 지난해 소비세 인상으로 물가상승률은 2%대를 이어가고 있지만 임금인상은 이에 미치지 못해 실질임금 감소세가 계속되고 있다. 이에 따라 일본의 가계 구매력은 꾸준히 악화됐다. 지난해 12월에도 가계소비지출은 전년 동기 대비 감소세가 커졌다. 최근 주가 상승이 금융자산가격을 높이고, 부의 효과가 소비를 촉진할 것이라는 의견도 있지만 일본 가계의 금융자산 중 주식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지 않기 때문에 효과가 그리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물론 앞으로 유가 하락과 더불어 소비세 인상 여파가 진정되면 물가 상승세도 둔화되고 가계 구매력도 개선될 수 있다. 하지만 일본 기업의 소극적인 자국 내 경제활동이 지속된다면 기술적 반등 이상의 경기 회복은 쉽지 않다고 판단한다.

문제는 일본 기업의 자국 내 투자 확대나 임금 인상에 대한 유인이 없다는 점이다. 아베노믹스에 대한 의구심이 제기될 수 있는 부분이다. 앞으로 일본 정부의 경기부양책에서 수출보다는 내수에 대한 중요도가 높아질 수밖에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를 모두 종합하면 올해에도 일본 경제는 미약한 성장 흐름을 지속할 것으로 전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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