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전체 가계 빚이 700조원에 육박, 사상 최대 규모까지 늘어나면서 가구당 빚도 4,000만원을 넘어섰다. 경기침체와 자산가격 하락으로 가계소득이 줄고 있는 가운데 부채규모가 크게 증가하면서 가계의 상환부담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행이 24일 발표한 ‘2008년 중 가계신용 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가계대출과 신용카드 등에 의한 외상구매(판매신용)를 합한 가계신용 잔액은 688조2,463억원으로 전년 말보다 57조5,677억원(9.1%) 증가했다. 이는 직전 연도인 지난 2007년 증가분 48조7,151억원보다 확대된 것이다. 이를 통계청의 2008년 추계 가구 수(1,667만3,162가구) 기준으로 보면 가구당 부채규모는 4,128만원으로 추산된다. 2007년 가구당 부채는 3,842만원으로 1년 새 286만원 늘어난 셈이다. 전체 가계 빚 가운데 가계대출 증가액은 전년의 44조9,659억원보다 증가한 52조9,300억원으로 기록됐으며 판매신용 증가액은 3조7,492억원에서 4조6,377억원으로 확대됐다. 이영복 한은 금융통계팀장은 “중도금ㆍ잔금 용도의 주택대출이 꾸준히 늘어난데다 지난해 11월 정부가 부동산 규제완화 대책을 발표한 것도 가계대출 증가세에 영향을 미쳤다”며 “판매신용은 소비위축에도 카드사들이 소액결제와 무이자 할부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늘었다”고 설명했다. 금융기관별로 보면 예금은행 대출은 주택대출을 중심으로 24조8,923억원 늘었고 비은행 금융기관 대출은 농협·수협 등 신용협동기구를 중심으로 16조9,734억원 증가했다. 지난해 카드사ㆍ할부금융사 등 여신전문기관 대출 증가액은 6,333억원으로 전년의 5조4,414억원보다 크게 축소됐다. 이는 이들 회사가 금융시장 불안으로 카드회원 자격요건과 리스크 관리를 강화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예금은행 대출을 용도별로 보면 주택용도 대출이 전년의 41.4%에서 44.7%로 상승한 반면 소비 등 기타 용도 비중은 58.6%에서 55.3%로 하락했다. 이 팀장은 “정책금리 인하 등으로 최근 가계대출 금리가 떨어지고 있지만 경기침체로 개인소득이 줄고 자산가격이 하락했기 때문에 가계의 채무부담능력은 악화된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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