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이 자산 건전성 및 수익성 악화를 막기 위해 신용등급이 낮은 기업들에 대한 대출을 억제하기 시작했다. 18일 금융계에 따르면 주요 시중은행들이 최근 들어 신용등급이 떨어지는 기업에 대한 대출심사를 강화하거나 금리를 상향 조정함에 따라 영세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들의 은행 대출은 갈수록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 국민은행은 올해 말까지 보수적인 대출심사를 통해 하반기 중소기업대출 증가폭을 상반기보다 축소하기로 했다. 건설업 및 부동산업 등 경기민감 업종, 플라스틱제품 제조 등 유가급등 관련 업종은 ‘관리대상 업종’으로 선정해 영업점 전결권을 제한하기로 했다. 아울러 관리업종 대출의 기한연장 기간을 기존 1년에서 6개월로 단축하는 한편 일선 영업점에서 다른 금융회사의 대환대출을 취급할 경우 우대금리를 적용하지 못하도록 했다. 특히 중소기업 여신 증가폭을 억제하기 위해 ‘자금한도관리제도’를 시행하는 동시에 10억원 이상 신규 대출에 대해서는 반드시 본부의 승인을 받도록 내부규정을 변경했다. 신한은행은 신용등급이 낮은 기업들에는 보다 높은 금리를 적용하는 한편 신규 대출이나 만기 연장에 대해서도 금리를 더 높일 수 있도록 내부지침을 마련했다. 내부지침은 기존 금리우대 기준에 신용등급 조건을 적용해 금리적용 대상을 보다 세분화하는 방식이다. 이와 함께 영업점을 평가할 때 순이자마진(NIM) 개선도와 여신품질(신용 우량등급 여신) 개선도 등에 대한 점수 비중을 높였다. 아울러 중기대출금이 설비 및 운전자금이 아니라 부동산 투자 등으로 유용되는지 여부도 점검하고 있다. 하나은행은 지난 7월부터 조기경보 시스템을 한 단계 높여 기존 대출에 대한 재평가 작업에 착수했다. 기업대출 만기가 돌아오면 해당 기업의 신용도를 재평가해 신용도에 맞게 연장 여부를 결정하기 위해서다. 우리은행은 신용도가 나빠진 기업에 대해서는 기한연장 때 회수율을 높이는 한편 대출금리에 위험부담률을 적극 반영하며 외환은행도 경기민감 업종에 대해서는 업종별로 전결권을 차등 적용하고 있다. 은행들이 이처럼 기업대출 관리를 강화하는 것은 최근 경기침체와 함께 성장성은 물론 수익성과 건전성에도 빨간불이 켜졌기 때문이다. 금융계의 한 관계자는 “경기침체가 겹치면서 연체율이 높아져 은행의 재무건전성을 위협하고 있다”며 “금융감독 당국도 대출 모니터링 등을 통한 관리강화를 주문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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