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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中·日 바둑영웅전] 비트는 데는 명수

제2보(18~28)


장쉬가 기대한 그림은 참고도2의 백1 이하 5였다. 그것이면 6으로 좌변을 크게 키울 예정이었다. 대략 백15까지가 예상되는데 이것이라면 흑이 활발한 진행이다. 노련한 이세돌은 장쉬의 주문에 순순히 응해주지 않았다. 먼저 백18로 붙여 역으로 새로운 주문을 내걸었다. “세돌이 형은 상대의 속셈을 간파하고 다른 길로 비트는 데는 명수예요.” 대국 당일 한국기원의 검토실에 나와있던 송태곤8단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러자 옆에 있던 김성룡 9단이 맞장구를 쳤다. “비틀기의 명수지. 스트레이트보다는 훅이나 어퍼컷을 많이 쓰지. 체육관 출신이 아닌 스트리트파이터라고나 할까. 강렬하고 동물적이야.” “장쉬가 잘 안 될 거에요.”(송태곤) “그렇다고 봐야지. 제1국에서 세돌이가 패한 것은 경적하다가 당한 거였어.”(김성룡) 백18로 붙인 것은 참고도2의 흑1이면 백2이하 12까지 선수로 실리를 차지하겠다는 주문이다. 그것을 흑의 불만이라고 본 장쉬는 흑19라는 강수를 들이댔다. 백20은 노타임. 이 수로 반대쪽인 21의 자리에 몰 수는 없는 일이다. 흑27까지 장쉬는 노타임이었고 이세돌은 계속 뜸을 들였다. 장쉬는 평소에 이 형태에 대한 연구를 마쳐놓은 듯했고 이세돌은 그렇지 못한 것 같았다. 그 증거가 백28에 잘 나타난다. 백28은 만약 백이 이 바둑을 진다면 패착으로 지목될 너무도 큰 실수였으니…. 노승일ㆍ바둑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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