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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같은 가을날에 채소값 폭락… 농민들 울상

일조량 증가로 상추등 가격 예년의 절반수준 불과<br>상인들도 수요 줄어든데다 물량 쏟아져 처분 곤혹

비는 안 내리고 햇볕은 쨍쨍한 ‘여름 같은 가을’이 이어지며 일조량 증가로 작황이 좋아진 채소류의 가격이 예년의 절반 수준까지 떨어지고 있다. 하지만 경기침체 속에서 상인들은 쏟아지는 물량을 처분하지 못해 오히려 전전긍긍이다. 13일 서울시농수산물공사에 따르면 지난 추석 연휴 이후 잎ㆍ열매ㆍ서양채소류 등의 가격이 꾸준히 떨어지고 있다. 음식점과 가정에서 수요가 많은 상추(4㎏)는 지난 5년간 평균가격이 1만5,000원이었으나 현재는 8,400원까지 떨어졌다. 깻잎(100속)도 평년에는 1만5,000원이었던 것이 현재 8,500원까지 떨어졌다. 열매채소류인 오이(100개)는 지난해 이맘때 3만원이었으나 현재는 1만500원에 불과하며 애호박(20개)도 지난해 1만6,800원에서 현재 5,500원까지 떨어졌다. 다만 강원도 지역에서 주로 생산되는 당근ㆍ감자 등은 지난 수해의 영향으로 지난해 대비 가격이 소폭 오른 상태다. 이처럼 채소류의 가격이 대폭 떨어진 것은 주로 도시 근교나 대형 비닐하우스에서 재배되는 채소류가 가뭄에 대한 내성이 강한 반면 일조량에는 민감하게 반응하기 때문이다. 올 가을에는 평년의 30~50%밖에 비가 내리지 않는 ‘이상가뭄’ 현상이 계속되며 일조량이 크게 증가했다. 서울시농수산물공사의 한 관계자는 “요즘은 지하수와 스프링클러를 이용해 비닐하우스에서 농수산물을 대량 재배하는 경우가 많아 아주 극심하지 않으면 가뭄의 영향을 크게 받지 않는다”며 “오히려 햇볕을 듬뿍 받은 채소류가 시장에 한꺼번에 몰려 가격이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떨어지는 것이 문제”라고 말했다. 상인들 입장에서는 쏟아지는 물량이 결코 반갑지 않다. 보통 추석 연휴가 끝나면 연휴 때 사놓은 농산물을 소비하느라 보름 정도는 시장에 소비자들의 발길이 끊기는 편이다. 이처럼 수요가 적은 상황에서 물량이 쏟아지자 상인들은 물량 처분에 곤혹을 치르고 있다. 서울 가락동농수산물시장에서 청과류 상점을 운영하는 김모(39)씨는 “손님은 별로 없는데 물량은 많으니 마진을 붙여서 팔기도 힘들다”고 말했다. 또 따른 상인 박모(42)씨도 “가격이 너무 비싸도 손님들이 안 찾지만 가격이 너무 싸도 손만 많이 갈 뿐 별로 남는 게 없다”고 어려움을 호소했다. 한편 올 겨울 김장을 준비하는 주부들은 조금 일찍 김장을 시작하는 것도 좋을 듯하다. 배추 가격 역시 평년의 3분의1 수준으로 떨어진 상태이기 때문이다. 가락동시장의 한 배추도매업자는 “수요가 본격적으로 증가해 가격이 오르기 전에 조금 일찍 김장을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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