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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째 한국은행 총재 자리에 있다 보니 우리 조직이 안 바뀌긴 참 안 바뀌는 것 같습니다."
이주열(사진) 한국은행 총재가 최근 간부들이 모인 자리에서 털어놓았다는 심경이다. 세상은 하루가 다르게 바뀌어 가는데 한은을 돌아보면 기존의 논리와 주장을 고수하는 경향이 자주 보인다는 것이다.
이에 이 총재가 선택한 것은 한은 내부 개혁이다. 최근 한은은 1억원 초반대의 '억대 연봉'을 내걸고 홍보 전문가를 외부에서 수혈하기로 했다. 홍보 전문가 외부 수혈은 65년 한은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올 초에는 외부의 시선으로 경제 사안을 새롭게 바라보기 위해 핵심 보직인 조사국장 자리에 장민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조정실장을 앉혔다. 정년이 60세로 연장됨에 따라 고령 인력을 어떻게 활용하면 조직에 도움이 될지, 직원 간 소통을 강화하기 위한 방안은 무엇일지 내부 아이디어 공모도 실시했다. 한은 내부에서 직원들의 아이디어 공모가 실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총재의 이 같은 개혁은 과거 김중수 전 총재발 개혁에 각을 세우던 것에서 180도 입장 변화다. 김 전 총재가 능력과 영어실력을 우선 고려해 파격 인사를 단행하자 이 총재는 부총재 퇴임식에서 "60년에 걸쳐 형성된 한국은행 고유의 가치가 개혁이라는 이름으로 하루아침에 부정되고 있다"며 김 전 총재에게 직격탄을 날렸다. 부총재 시절에는 김 전 총재를 비판했지만 막상 총재 자리에 앉아서 보니 한은의 경직된 조직문화를 절감하게 됐고 결국 김 전 총재를 이해하게 된 것 아니냐는 평가도 나온다.
이 총재의 변신, 이른바 '이주열 아이러니'에 대한 한은 내부 반응은 어떨까. 의외라면서도 반발은 상대적으로 적다. 한은의 한 관계자는 "최근 외부인사 수혈 등의 실험을 보면 과거 김 전 총재 때에 버금가는 변화가 나타나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다른 한은 관계자는 "김 총재 때는 직원들에게 민감한 인사 구도가 완전히 뒤바뀌는 개혁이 단행되다 보니 반발이 심했지만 최근의 변화는 이런 것과는 거리가 멀어 직원들도 실험의 결과를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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