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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경제부총리 이헌재씨] 경제철학과 정책과제
입력2004-02-10 00:00:00
수정
2004.02.10 00:00:00
권홍우 기자
참여정부의 2기 경제수장으로 발탁된 이헌재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의 앞길에는 해결해야 할 현안이 쌓여 있다. 당장 한ㆍ칠레간 자유무역협정(FTA)의 국회 비준을 얻어내야 한다. 일자리 창출과 신용불량자 해소 등 현안도 만만치 않다. 이 부총리의 전공격인 구조조정 역시 난제가 아닐 수 없다.
재경부 안팎에서는 신임 경제부총리에 대해 어느 때보다도 신경을 곤두세우는 분위기다. 누구보다 금융시장이 돌아가는 상황과 기업의 현실을 잘 파악하고 있어 관료들의 업무가 고달파질 것이라는 걱정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전반적으로는 잘된 인선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오랜만에 금융시장을 제대로 알고 추진력까지 겸비한 재무관료가 나왔다는 점도 평가할 만한 대목이다.
관심사는 앞으로의 정책 변화다. 사람이 바뀐다고 해서 큰 변화는 없을 전망이다. 경제여건이 어렵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그래도 신임 부총리가 워낙 큰 그림을 잘 그리고 기발한 아이디어가 풍부하며 추진력까지 겸비했다는 점에서 중장기적인 변화는 불가피할 전망이다. 금융감독위원장 시절 금융과 기업 구조조정에 혁혁한 공을 세웠고 재경부 장관으로 일한 경험도 있어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다.
당장의 현안은 한ㆍ칠레간 FTA 국회 비준. 당분간 국회를 뻔질나게 출입해야 할 처지다. 원화절상 압력이 날로 강해지는 상황에서 외국인투자 유치도 발등의 불이다. 국제금융계의 부총리에 대한 평가가 높아 최소한 경제정책에 대한 외국인의 신뢰도가 높아지는 효과가 기대된다.
이 부총리가 공직을 처음 떠나기 전까지 주로 담당했던 금융 분야에도 과제가 쌓여 있다. 투신권 구조조정과 정부가 보유한 공적자금 투입은행의 지분매각(은행민영화), 주식시장의 수요기반 확충, 신용불량자 해소 등이 금융 관련 과제로 꼽힌다. 특히 구조조정은 부총리가 금감위원장과 재경부 장관을 지내면서도 마치지 못한 과제여서 남다른 관심을 기울일 것으로 보인다. 3년반 전 재경부를 떠나면서 “구조조정에는 연습이 없다”는 말을 남길 만큼 애착과 관심을 갖고 있다.
경제제도의 선진화, 성장잠재력의 확충, 서민생활안정, 서비스산업 육성, 노사관계 안정, 대외개방 등 참여정부 경제정책의 큰 방향은 변화가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이 부총리가 지난 2000년 짧은 기간의 재경부 장관 시절에 실현하지 못했던 동북아경제중심, 농촌개혁, 실업대책 등은 각별한 관심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추진력이 배가될 전망이다. 이 부총리는 오래 전부터 동북아금융허브를 구상하며 고급 일자리 창출에 관심을 보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돌아가는 상황은 생각보다 녹록지 않다. 경기침체기여서 이 부총리의 개인적 역량이 발휘될 여지도 그리 커 보이지 않는다. 그만큼 과제도 많다. 앞으로 4월 총선에서 어떻게 바뀔지 예측하기 힘들지만 현재와 같이 계속해서 정치권에 휘말리다 보면 정책 하나를 수행하려 해도 사사건건 반대에 부딪혀 좌절될 가능성이 높다.
수도권 외곽순환도로 건설과 경부고속철 건설 등에서 보듯 환경단체 등 수많은 이익단체를 설득하는 능력도 경제부총리로서의 성패를 좌우할 덕목으로 꼽힌다. 이 부총리의 핵심참모 역할을 수행했던 금융연구원의 서근우 박사는 “국제경쟁에서 뒤처진 농촌을 개혁하고 저생산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업종을 변신시켜야 한다”며 “참여정부를 새로 시작한다는 각오로 기존 정책들을 현실화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의 김중수 원장은 “지난 1년간 쌓은 여러 경험을 바탕으로 개인적인 역량보다는 제도를 통해 경제를 운용해가는 게 앞으로 긴요하다”고 강조했다.
<권홍우기자 hongw@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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