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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근로자 판단여부, 실질내용 근거해야… 퇴직금 줘라"

"서비스제공자, 사용자와 도급계약 맺었어도 종속관계땐 근로자로 봐야"


‘근로자로 봐야 한다’(서비스 제공자) vs ‘도급계약에 따른 사업자다’(사용자) 서비스 제공자가 자신의 법적 신분을 놓고 사용자와 심심치 않게 싸움을 벌인다. 제공자는 근로자로 인정 받아야 근로기준법상 퇴직금, 산재보험 등 각종 보험혜택을 누릴 수 있다. 하지만 사용자는 퇴직금 등을 지급할 필요가 없는 도급계약이라고 팽팽히 맞선다. 법원은 이 같은 신분 분쟁에 어떤 판단을 내릴까. 법원의 최근 판단 기준은 한마디로 ‘계약 형식이 아닌 실질 내용’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형식상 도급계약이라도 사실상 임금을 받고 업무적으로 종속관계에 있다면 근로자로 봐야 한다는 얘기다. 2003년 55개 사립대학 법인은 시간강사를 근로자로 보고 산재보험료 등을 부과한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부과처분 취소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지난 달 5일 “대학교의 시간 강사들은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대학에 근로를 제공하는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판시하며 원심을 확정했다. 대학 시간강사도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한다는 대법원의 첫 판결이다. 또 종합반 강사가 사업자등록증을 갖고 학원에서 일했더라도 근로자로 봐야 한다는 대법원의 첫 판결도 나왔다. 15년여 동안 학원 강사로 일해 온 김모(68)씨 등은 해임을 통보 받고 학원 운영자를 상대로 퇴직금 청구소송을 냈다. 대법원은 지난 1월 “퇴직금 3,000만∼5,000만원씩을 지급하라”며 김모씨 등을 근로자가 아니라고 본 원심을 파기 환송했다. 근로자를 퇴직시킨 후 도급계약을 맺었다는 이유로 퇴직금을 주지않은 업체에 형사적 제재를 가한 판결도 나왔다. A 섬유제조업체는 7년 근무하던 송모씨 등 2명에게 2002년 5월 퇴직금을 주고 퇴사 처리한 뒤 회사와 도급계약서를 작성하고 똑 같은 일을 송씨 등에게 시켰다. 송씨 등은 이후 2005년 3월 퇴직하면서 각각 280여만원씩 퇴직금을 요구했지만 회사측은 근로자가 아니라며 지급을 거절했다. 이에 대법원은 지난 8일 “형식은 도급계약이지만 실질적으로는 회사와 종속관계가 인정된다”며 벌금 15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근로기준법 제2조 1항은 근로자를 ‘직업의 종류와 관계없이 임금을 목적으로 사업이나 사업장에 근로를 제공하는 자’로 정의한다. 근로자로 인정되는지 여부는 근로기준법 및 노동관계법에 의해 보호를 받을 수 있는가와 직결되는 핵심적인 문제다. 판례에서 보듯 대법원은 계약형식보다 실질적인 내용에 무게 중심을 둔다. 대법원은 근로자 판단 기준으로 ▦업무내용을 사용자가 정하는지 ▦업무 수행 과정에서 사용자가 상당한 지휘ㆍ감독을 하는지 ▦노무제공자가 독립해 사업을 영위할 수 있는지 등을 살펴본다. 법원은 경제적으로 우월한 사용자가 형식을 내세워 근로자의 권리를 축소하는 관행에 철퇴를 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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