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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장 근로자들이 회사에 나와 작업복으로 갈아 입고 보호장구를 착용한 후 근무장소까지 걸어가는 시간을 근로시간으로 봐야 할 것인가, 아니면 실제 근무장소에서 일한 시간만을 근로시간으로 계산할 것인가. 미 연방 대법원은 지난 8일 워싱턴 주의 타이슨 푸드 육류가공 공장 근로자들이 제기한 소송에서 "작업복으로 갈아입기 시작한 때부터 근무장소까지 이동해 도착하는 때까지 소요되는 시간도 총 근로시간에 포함되므로 사용자는 소요시간에 대해 임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이는 근로시간 산정과 관련한 연방 대법원 차원의 첫 판결이다. 그러나 연방 대법원은 "회사에 도착해 회사에서 제공하는 위생 장비를 수령하기 위해 기다리는 시간은 근로시간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판결했다. 그 근거는 근로 제공의 본질적이고 핵심적인 부분으로 볼 수 없다는 것이다. 결국 위생장비를 받고 난 이후부터 보상 가능한 근로의 제공이 시작한다는 해석이다. 근로시간 계산은 근로자가 사용자에게 소정의 근로를 제공하기 시작한 시각부터 그 제공을 종료한 시각까지의 총 시간에서 휴게시간을 공제한 시간으로 산출한다. 우리나라 근로기준법 제24조는 일을 시작하는 '시업시각'과 일을 마치는 '종업시각'을 근로계약 체결시 명시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또 같은 법 제96조는 상시 근로자 10인 이상의 근로자를 사용하는 사용자는 취업규칙을 작성, 노동부장관에게 신고하도록 하면서 시업과 종업의 시각, 휴게시간 등을 필수 기재사항으로 명시하고 있다. 아울러 같은 법 제115조는 취업규칙에 이를 명시하지 아니할 경우 5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사용자가 근로자에게 작업복이나 안전보호구 등의 착용을 의무 지운 경우 이를 근로시간에 포함시킬 것인가의 여부는 강제의 성질이나 위반에 대한 불이익 유무 및 정도만이 아니고 업무성의 유무 및 정도에 의해 판단해야 한다. 따라서 업무성이 다소 희박한 경우에는 그 행위가 취업규칙에서 의무로 정해져 있을지라도 성질상 근로시간에 포함되지 않으며 여행원의 제복 착용과 같이 아주 단순하고 단시간에 마칠 수 있는 옷 갈아입기가 이에 해당한다. 반면 위험한 작업현장에서 안전보호구 등을 착용하도록 하는 것은 산업안전보건법령에서 사용자의 의무로 정해져 있고, 재해 방지 및 작업능률과 생산성 향상 등을 위해 필요 불가결한 업무 관련 행위이므로 근로시간에 포함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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