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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금융기관들은 기업에 자금을 대출해주는 역할 외에 각종 정보를 제공하는 역할에도 충실할 필요가 있습니다." 미쓰이스미토모파이낸셜그룹 산하 일본종합연구소(JRI)의 금융전문가로 꼽히는 유리 오키나(사진) JRI 이사는 일본은 물론 한국의 금융회사들이 글로벌 금융게임에서 살아남기 위한 전제 조건을 이같이 제시했다. 기업을 지원하는 금융회사의 입장에서 좋은 투자 기회를 제공하려면 은행 등이 환경변화를 잘 살피고 각종 정보를 분석하고 평가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춰야 한다는 얘기다. 유리 이사는 "고도성장기에 있는 아시아 시장에서 성장기회를 찾는 것도 중요하지만 주변 환경변화를 잘 살피지 않으면 불량채권이 발생하는 등 리스크가 따른다"며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서는 정보 분석능력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정보 제공능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인재육성이 우선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일본에서도 한국과 우수한 인재들이 금융회사에 취업하지만 능력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측면이 강하다는 지적이다. 그는 일본과 한국 금융회사들이 글로벌 플레이어로 나서기 위해서는 바젤3 등 금융규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주요 금융기관으로 선정될 필요가 있다고 역설하기도 했다. "금융회사의 레버리지를 억제하고 자본을 늘리는 방향으로 글로벌 금융규제가 강화되고 있다"며 "이에 따라 유럽계 금융회사의 위상이 점차 축소될 것으로 전망돼 그들의 자리를 차지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유리 이사의 이러한 언급은 한국의 메가뱅크론과도 일맥상통한다. 주요 금융기관으로 나서려면 기본적인 체급을 갖춰야 하는 만큼 일본 메가뱅크와 같은 대형 은행의 등장이 한국에서도 필요하다는 얘기로 풀이된다. 유리 이사에 앞서 기자와 만난 히데유키 다카하시 미즈호코퍼레이트은행 상무도 "재무적인 체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글로벌 플레이어로 뛰기 어렵다"며 "은행도 규모를 키우기 위해서는 국영기업만으로는 어렵고 민영기업으로서 글로벌 전략을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유리 이사는 한국 금융산업이 도약하기 위한 조건을 묻는 질문에 일본 금융회사의 현상을 빗대 설명했다. 일본의 금융회사들은 과거 잃어버린 10년으로 고생한 뒤 수익을 내고 있지만 인구감소와 고령화 문제 등으로 수익을 내기 어려운 상황을 앞두고 있으며 한국도 마찬가지일 것이라는 진단이다. 그는 "한국도 일본과 마찬가지로 고도성장기에는 금융업이 호황을 누리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라며 "국내외 환경변화를 잘 분석해 대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각종 환경변화 속에서 일본의 메가뱅크는 각각 경쟁력 차이를 보여주고 있다"면서 "고객 니즈(needs)에 맞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전략이 가장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리스크 관리에 대한 중요성도 강조했다. 유리 이사는 "정보화 속에서는 리스크 관리 시스템이 아주 중요해지고 있다"며 "금융회사가 어떻게 리스크를 떠안으면서 자금을 확보해 기업을 지원할 수 있을지에 대한 시스템 개선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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