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22일 설 연휴로 국내 증시가 잠자는 동안 해외에서는 다양한 정책 이벤트가 진행됐다. 이들 이벤트는 전반적으로 국내 증시에 우호적으로 작용하겠지만 이미 어느 정도 예상됐다는 점에서 영향력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국내 경기와 기업 실적 등 기초체력이 크게 나아지지 않은 상황이어서 당분간 국내 증시는 상승도 하락도 하지 않는 정중동의 움직임을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18일 일본은행(BOJ)은 금융정책결정회의를 열어 기존 통화정책을 이어가기로 결정했다. 지난해 10월 연간 자산매입 규모를 60조~70조엔에서 80조엔으로 늘린 후 5개월째 동결이다. 민병규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4·4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3개 분기 만에 플러스로 전환하는 등 경기 회복 움직임에 따른 결과"라며 "국내 증시에 우호적인 결과지만 이미 동결이 예상된 상황이라 영향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19일에는 미국의 1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록이 공개됐다. 의사록에 따르며 정책결정권자 상당수가 '금리 인상을 서두르지 않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뉴욕 증시는 수직 상승했다. 김형렬 교보증권 투자전략팀장은 "기준금리 조기 인상 우려를 덜면서 국내 증시에 호재로 작용할 수 있겠지만 지난달 금융시장에 미리 반영됐다고 봐야 한다"며 "투자자들의 눈은 하반기 통화정책 기조 변화와 관련해 문구 변화 등 시그널을 정확히 알려줄 것으로 예상되는 3월 FOMC로 가 있다"고 말했다.
20일에는 국내 증시에 가장 큰 대외 압력으로 작용하는 그리스와 국제 채권단 간의 구제금융 연장 합의가 이뤄졌다. 그리스의 6개월 연장 요청을 2개월 줄이는 수준에서 극적 합의를 봤다. 타결 소식이 전해지자 글로벌 금융시장도 즉각 반응했다. 뉴욕 증시에서 다우지수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번 합의 역시 그리스 채무위기가 극단적으로 흐를 가능성이 낮았던 만큼 증시에 미치는 영향력은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김 팀장은 "그리스 문제의 봉합 가능성은 시장에서 예상해왔던 부분이고 4개월 연장 합의로 채무 불확실성이 완전히 해소됐다고 보기도 어렵다"며 "미국이나 유럽 증시에는 호재로 작용할지 모르지만 국내 증시까지 온기가 전달될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
연휴가 끝난 후에도 눈여겨봐야 할 글로벌 이벤트가 줄지어 있다. 우선 24일에는 재닛 옐런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의회에 출석해 반기 통화정책을 보고한다. 이 자리에서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 시점에 대한 실마리가 나올지 주목된다. 27일에는 지난해 4·4분기 미국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수정치가 공개된다. 3월에는 유럽중앙은행(ECB)의 국채매입이 예정돼 있는 만큼 연휴 이후 국내 증시의 유럽계 자금 수급 개선이 기대된다. 김성환 부국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불확실성이 완화된 단계에서 유로존 정책 및 경기 모멘텀은 위험자산 선호 환경을 더욱 자극할 것으로 판단된다"고 전했다.
국내 증시의 발목을 붙잡았던 대외악재가 완화되면서 설 연휴 이후 코스피의 흐름에 시장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우크라이나 휴전협정과 그리스 채무협상 합의, 3월부터 시작되는 유럽 양적완화 등에 따른 글로벌 금융시장의 변화는 국내 증시의 외국인 수급 개선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준희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대외 여건의 전반적인 호조에 코스피가 소폭이지만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며 "지난해 4·4분기 실적시즌이 마무리 국면에 진입하면서 올 1·4분기 실적 기대감이 되살아나는 것도 긍정적인 요인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봤다. 이 연구원은 "지난달 말까지 둔화세를 보이던 올 1·4분기 및 연간 영업이익 추정치가 주간 단위로 개선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이익 개선과 더불어 수급 메리트를 겸비한 증권·에너지·반도체 업종에 대한 관심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반면 설 연휴 후에도 여전히 중소형주 강세장이 지속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김 팀장은 "대외환경이 변해도 본질은 변한 것이 없다"며 "배당을 비롯한 다양한 정책에도 주가가 제자리인 것은 실적 등 코스피 본연의 매력을 아직 찾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김 팀장은 "올 1·4분기 실적 변화가 증명되지 않는 한 코스피의 투자 매력은 단기간에 회복되기 어렵다"며 "국내외 호재는 상대적으로 코스닥이 흡수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코스닥이 1~2월에는 스토리 중심으로 갔다면 3~4월에는 실적으로 증명되는 종목별 장세가 펼쳐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