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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사람 떠나보낸 험봉에 도전하는 원정대
입력2003-07-17 00:00:00
수정
2003.07.17 00:00:00
강동호 기자
남편과 동생, 동지를 잃은 아픔을 가진 산악인들이 모여 그들을 죽음으로 내몬 험봉(險峰)에 도전하기 위해 원정대를 꾸려 화제다.
`2003 한국마운틴하드웨어 탈레이사가르 원정대`(단장 손중호)`는 16일 저녁 서울 산악문화회관에서 발대식을 갖고 인도 탈레이사가르봉(해발 6,904m) 등정을 위해 오는 8월 11일 인도 델리로 출국하는 일정을 발표했다.
귀국까지 대략 50여일의 일정을 잡고 있는 원정대는 8월 26~27일 사이에 베이스캠프를 설치한 뒤 9월 9~10일 1차 등정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인도 북부 가르왈 히말라야산맥의 강고트리산군에 위치한 탈레이사가르봉은 `악마의 붉은 성벽`이라고 불릴 만큼 이제껏 도전에 나선 등반대 가운데 10%에게만 정상을 허락한 고난도의 봉우리.
국내에서는 울산대팀이 지난 2000년 한국 산악 사상 처음으로 9차례의 도전 끝에 정상에 올랐지만 북벽이 아닌 비교적 쉽다고 알려진 북서릉을 통한 등반이었다.
이보다 앞선 98년 9월에는 김형진(25), 신상만(32), 최승철(28ㆍ이상 당시 나이)등이 북벽으로 향했다가 정상을 100m 앞두고 그만 발을 헛딛는 바람에 추락해 모두 숨졌다.
이번 원정대의 홍일점인 식량 담당 김점숙(36)씨는 당시 원정대원이었던 고 최승철씨의 미망인.
암벽 등반을 하다 만나 96년 결혼에 골인한 두 사람은 모두 98년 초 미국 동계X-게임에 한국대표로 초청받아 함께 빙벽을 타기도 했을 정도로 90년대 한국을 대표하는 산악인 부부였다.
숨진 최씨는 97년 파키스탄 그레이트트랑고에 `코리아 판타지`라는 새 루트를 개척했고 미망인 김씨는 99년 세계 정상급 선수들이 참가하는 미국 동계 X-게임에 다시 출전해 아이스클라이밍에서 은메달을 따내기도 했다.
남편을 떠나보낸 뒤 친지들의 도움으로 남편이 설립한 의정부의 실내인공암벽센터 `샤모니`를 운영하면서 어렵게 생계를 꾸려가던 김씨는 남편이 못 이룬 꿈을 이루기 위해 아이를 낳고 키우느라 잠시 접었던 암벽등반을 재개했다.
원정대의 행정과 수송을 맡게 될 김형철(36)씨는 고 김형진씨의 친형으로 동생이 죽기 전 사이좋게 산을 탔던 기억을 아직도 잊지 못한채 다니던 직장도 그만두고 원정 준비에 매달리고 있다.
원정대장인 이상조(52)씨 역시 고 최승철, 김형진씨와 그레이트트랑고에 새 루트 개척에 나섰던 인연을 가지고 있어 이번 원정이 갖는 의미는 남다르다.
회계 및 기록 담당 모상현(30)씨는 97년 함께 히말라야 낭가파르밧을 오른 적이 있는 고 신상만씨의 후배이며, 장비 담당 장기헌(34)씨도 당시 원정대에 참가했다가 동료들을 잃어버린 채 혼자 돌아와 그동안 `살아남은 자의 슬픔`을 뼈저리게 느껴야 했다.
<강동호기자 eastern@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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