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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방조죄' 판결, "현실 너무 모른다" 의료계 반발 확산

치료비 사회보장 장치등 현실적 대안 마련해야

‘돈이 없어 집에서 치료하다 환자가 죽으면 보호자는 살인죄?’ 의사가 환자의 치료를 중단하면 사망할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가족의 요청에 따라 퇴원을 허용했다면 ‘살인방조죄’에 해당한다는 대법원의 확정판결에 대한 의학계의 반발이 수그러들지 않고 확산되고 있다. 한국의료법학회 등 의학계가 반발하는 가장 큰 이유는 이번 유죄확정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이 회생가능성이 있었다는 의사의 초기 진술이 현실과는 거리가 멀다는 것. 의학계는 “사회와 법은 회생 가능성이 있었는가, 아니면 없었는가 둘 중 하나의 답을 요구하지만 의료 현장에서는 회생가능성의 판단이 100%와 0%로 명확히 구분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면서 “이번 판결은 의료현장의 문제점을 풀기는커녕 오히려 혼란에 빠뜨리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서울의대 허대석(의료정책연구실장ㆍ내과) 교수는 “최근 판결에서 환자 부인의 경우 의료비나 생계비에 대한 부담이 없었다면 그런 결정(퇴원)을 내리지 않았을 것”이라면서 “대법원 판결을 기준을 볼 때 경제적인 이유로 병원에 오지 못하고 집에서 임종하는 환자의 보호자는 모두 살인죄를 범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고 반문했다. 국내의 경우 매년 10만명 이상의 환자들이 집에서 임종한다. 허 교수는 “치료만 하면 치유가 가능한 질병을 가진 환자들이 돈이 없어 생명을 포기하는 일이 실제 일어나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면서 “이러한 환자의 의료비를 병원이 모두 부담을 해야 하고, 그렇지 않으면 병원과 담당의사에게 살인방조죄를 적용한다면 이미 많은 의사들이 병원보다는 감옥에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사건이 일어난 지 7년이라는 세월이 흘렀지만 임종문제와 관련된 법제도 정비와 저소득층 환자를 위한 의료복지 시스템 구축문제에 대해서는 논의조차 되지 않고 있다”면서 당국의 의료복지 시스템 구축을 촉구했다. 한국의료법학회 한동관 회장은 “이번 사태의 경우 법적 논리문제는 별론으로 하더라도 의사들의 처벌을 최소화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면서 “조속한 시일 내에 의료인에 대해 사면복권 조치가 취해져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대한전공의협의회는 “치료비 부담에 대한 사회적 보장조치가 마련되지 않은 상황에서 사법부가 의사나 병원에 치료를 강요하는 것은 문제”라고 비판했다. 김광명(한양대의대 신경외과) 교수는 “당국은 보호자의 요구에 반하여 합법적으로 퇴원 시킬 수 있는, 또는 보호자 요구에도 불구하고 의사가 퇴원을 시키지 않았을 경우 발생할 수 있는 예비분쟁에 대한 해결방안도 제시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대한의사협회는 “의사들은 의식불명 환자의 보호자 입장을 존중해 준 것”이라며 “법원이 이에 대해 살인방조죄를 적용한 것은 의료현실을 전혀 모르는 처사”라고 반박했다. 이에 앞서 최근 대법원 1부(주심 박재윤 대법관)는 인공호흡기에 의존해 생명을 유지하던 환자를 퇴원 시켜 숨지게 한 혐의로 의사 등 2명에 대해 각각 징역 1년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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